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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가시화된 ‘반도체 고점’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작년부터 불거져온 반도체 고점 우려가 4분기에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업계에선 4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아직 실적 수치가 공개되기 이른 시점인데도 4분기 시장을 체감한 관계자 사이에서 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더 안 좋을 것이란 기류가 팽배하다. 3분기까지 기우에 그쳤던 고점 논란이 실적 하락으로 가시화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내부적으로 4분기 실적과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서버 D램 고객사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비수기 반도체 업황을 이전보다 어둡게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내년 D램·낸드 신규 투자보다 미세공정 전환에 집중하고, SK하이닉스는 내년 양산하는 M15과 中 우시 팹(Fab) 장비 반입 일정·규모를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후방산업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내년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매출액이 올해보다 23%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도 4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전망치를 모두 낮추고 있다. 업황 개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재가 겹겹이 쌓인 모양새다. 이 가운데 지난 14일과 17일 양사 모두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는 등 주가 침체도 깊어졌다.

올해 고점 논란 속에서도 지금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 부문에 따라 전체 실적이 주춤하기도 했으나 반도체 부문 실적만은 상승일로였다. SK하이닉스 역시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그러나 그간 버팀목 역할을 했던 서버 D램 수요가 데이터센터 재고 조정 돌입, 신규 서버 CPU 출시 지연, 국내외 클라우드 서버 장애 등 이유로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실적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서버 D램 고객 중 일부는 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가격 하락이 더 깊어질 것으로 기대해 구매를 미루면서 수요 둔화가 더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램·낸드 가격 하락, 계절적 비수기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 인텔 CPU 공급 부족, 애플 아이폰 부진 등도 겹쳤다.

DB금융투자는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 11조7000억원에서 10조3000억원으로 낮췄다.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은 각각 10조1000억원, 10조7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4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조8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내렸다. 키움증권과 현대차증권도 각각 5조7000억원, 5조4000억원으로 제시하며 기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5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편, 전방과 후방 업계에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 신규 수요처 확대를 이유로 중장기적으로 결국 메모리 사업이 부흥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도한 비수기만 현명하게 지나면 점차 업황이 개선되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반등할 것이란 기대다. 이 외 신규 CPU 출시, 데이터센터 구매 재개 등 수요 측면 기대 요소와 함께 메모리 업체의 공급 조절이 내년 2분기나 하반기부터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적도 비슷한 시기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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