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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비관론에도 호실적…삼성전자·SK하이닉스 4분기에도 극복할까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4분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득세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부터 고점 논란이 이어져 왔으나 양사는 대부분 논란이 무색할 만큼 좋은 실적을 기록해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 2분기에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부진 여파로 전체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으나 반도체만은 강세였다. SK하이닉스도 곧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에선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반도체 고점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3분기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부문 비중이 80% 가까이(13조5000억원) 차지해 일각에선 4분기 이후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부정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곳은 금융투자업계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국외 투자사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도 반도체 업황을 보수적으로 보는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 확대로 반도체 업황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과 상반된다.

다만 반도체 업계와 증권업계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합일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등 시장조사업체가 꾸준히 가격 하락을 예고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4분기 D램 가격 하락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물론 소비자가 구입하는 값인 현물가격을 기업 간 거래로 형성되는 고정거래가격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실제 삼성전자는 가격 우려를 고려해 D램과 낸드 시설투자를 지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애초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증설은 대부분 지연되거나 취소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2019년의 안정적인 수급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경우 M15 준공을 통해 낸드플래시 공급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D램 공급은 다소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가 비수기로 진입했다는 점도 부정론의 주요 근거다. 모바일 및 PC D램은 물론, 서버 D램 수요도 약화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분기에 환율 덕을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더해졌다. 올해 3분기엔 평균 환율이 전 분기 대비 43원 증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은 물론, 금리 상승, 인텔 CPU 파동, 서버 분야 슈퍼마이크로 마더보드 해킹칩 논란 등 반도체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요소가 늘어나고 있다.

한편, 작년부터 계속된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대체로 순항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분기 연속 성장하다가 2분기에 소폭(4.9%) 하락했으나 반도체 부문은 건재했음은 물론 3분기 실적이 분기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고점 우려가 무색해졌다. 특히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11분기 연속 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돈데 이어 올해 3분기에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증권사나 투자사가 고점 논란을 부추기는 보고서를 내놓고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린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 8월 웰스파고 등 일부 미국계 증권사가 자국 반도체 기업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지만 오히려 일부 미국계 자산운용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였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IBK투자증권의 김운호 연구원은 “D램 가격은 4분기에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나 물량은 3분기에 크게 증가하고 4분기에는 소폭 증가해 연간 20% 초반 증가가 전망된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서버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라며 “일부 업체들의 수요 감소를 타업체들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 낸드는 가격 하락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매출액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증가가 비수기 극복의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김경민 연구원은 “2019년 상반기까지 D램 비수기가 지속되는데 과거 불황기와 달리 1년 이내에 마무리될 것이다. 공급 증가가 제한적이고, 수요 증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D램 공급사가 2019년 하반기부터 가격 협상권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버 D램과 모바일 D램 수요가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D램 가격의 V자 반등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고점 논란보다는 다른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승우 연구원은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논란도, 이익 모멘텀 둔화도 더 이상 새로운 변수는 아니다. 인텔과 TSMC가 PER 11배, 19배의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1위 삼성전자의 6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분명 합리적 평가는 아닐 것”이라며 “정작 불안한 것은 G2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과 현실화되고 있는 금리 상승세, 컴퓨팅 관련 부정적 뉴스 등”이라고 진단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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