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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전선 펴는 삼성·SK하이닉스…‘반도체 고점 우려 넘으면 신세계’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업황 우려에 맞서 경쟁보다는 상생을 택한 모양새다. 일단 메모리반도체 산업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D램과 낸드 가격 하락을 기정사실로 보는 상황이다.

업계가 기대하는 데이터센터 및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 확대, 고용량·고성능 투자 등은 대체로 중장기 관망이라는 점이 문제다. 일단 메모리 가격 하락에 동반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진 형세다. 중국 업체가 내년 메모리반도체를 양산하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이번만 잘 넘기면 이후 다양한 신규 수요에 따른 수혜로 새로운 사이클이 당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NH투자증권의 도현우 연구원은 “아직 본격적인 메모리 수급 둔화 국면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업체들이 일제히 투자 조절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경쟁보다는 수익성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입증한다”라고 설명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김장열 센터장은 관련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업황에 따른 유연한 투자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초 지난 7월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가 D램 출하량을 크게 늘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당시 반도체 장비업계에선 “삼성이 그간 기조였던 수익성 전략이 아닌 출혈 경쟁을 고려하고 있다”라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실제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가 더 깊어지자 4분기 들어 삼성전자가 공급을 조절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D램과 낸드 모두 투자 불확실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관망이다.

SK하이닉스도 M15 준공 등을 통해 낸드 투자는 확대하고 있으나 D램 투자는 소극적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최근엔 투자 확대가 예상됐던 낸드마저 업황 우려를 비껴갈 수 없다는 인식에 기반해 투자 계획을 짜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내내 계속된 (D램) 가격 상승세 완화가 올해 4분기~내년 1분기로 가면서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하는 수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급락하는 상황은 절대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내년 하반기가 되면 비슷하거나 상승 반전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낸드 가격에 대해선 “지난 상반기 증가한 공급업체의 재고 판매가 확대되면서 단기간 내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가 4분기에도 일정 부분 계속될 것”이라며 “증가했던 재고 수준이 연말 되면서 완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상반기엔 공급 과잉이 줄어 가격 하락률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달리 낸드만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측은 D램과 낸드 모두 전반적으로 업황에 맞춰 분기별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년 2D 낸드 캐파(CAPA·생산능력) 규모 감소가 빨라지면서 전체 낸드 웨이퍼 캐파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 인텔 CPU 공급 부족 등 대외 변수에 사업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부적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설비투자(CAPEX)도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업계 재고 등을 고려해 규모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투자 계획을 축소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NH투자증권의 도현우 연구원은 “공식 발표는 없었으나 삼성전자가 2019년 D램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 40K에서 20K 이하로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스턴 디지털 등 다른 기업의 투자 축소 행보도 눈에 띈다. 웨스턴 디지털은 최근 낸드 시황을 반영해 내년 출하량 계획을 기존보다 10%~15% 감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최근 마이크론과의 낸드 JV 팹 IMFT 지분 전량을 마이크론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내년 하반기 새로운 흐름이 당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데이터 센터 기업의 투자 증가로 D램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봤다. 72단 낸드와 3D 낸드 비중을 끌어올리는 고부가가치 전략도 기대된다.

중국 업체의 추격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 YMTC, 푸젠진화반도체 등 중국 기업이 메모리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지만, 기술력 격차가 아직은 크고 개발 진척이 빠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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