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네이버의 투자를 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그간 성과와 비전을 공유했다. 기술 스타트업 투자·지원 프로젝트인 네이버 D2스타트업팩토리(이하 D2SF)의 데모데이 행사가 지난 28일서울 강남구 D2SF 라운지에서 열렸다.
네이버 D2SF는 보안, 오디오, 모빌리티 등 다양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AI 비중이 가장 크다. 지금까지 투자한 30개 팀 중 41%가 AI 팀이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역시 “저희는 스타트업과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AI와 헬스케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D2SF 데모데이에 참여한 4팀 모두 AI 스타트업이다. ▲아드리엘(대표 엄수원) ▲비닷두(대표 김대식) ▲퓨리오사AI(대표 백준호) ▲딥메디(대표 이광진)가 참여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단 몇 분 만에 광고를 뚝딱 만들어내는 솔루션, 국내에 보기 드문 AI 반도체 칩 개발 기술도 이날 등장했다.
◆광고 제작, 창고 재고관리도 AI로 ‘뚝딱’ = 좋은 아이디어와 사업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도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드리엘은 광고 역량 부족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작은 업체들은 광고 에이전시를 활용하기도 어렵다. 규모가 작아 단가가 맞지 않는다.
아드리엘 엄수원 대표는 “광고 니즈가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 창업자가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정공법으로 풀기로 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2~3분만 시간을 들이면 광고 편집부터 광고 송출까지 자동화로 처리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드리엘은 데모가 진행되는 약 20분 동안 이 기술을 시연해 광고 송출과 배너 생성 2가지 작업을 모두 완료했다. 아드리엘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구매 대상, 광고 문구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 플랫폼 포맷에 맞는 광고가 만들어져 집행됐다. 컴퓨터비전과 액티브러닝 기술을 활용했다.
배너 광고용 이미지 생성도 AI가 한다. 제품과 회사로고 이미지, 텍스트를 입력하자 어울리는 배경색과 폰트를 선정해 금세 만들어냈다. 엄수원 대표는 “오픈베타 런칭 한 달 만에 338개 캠페인이 집행됐고, 이 중 40%가 실제 지불로 이어졌다”며 “광고를 할 여력이 없었던 수많은 분들이 소액 광고로도 좋은 성과를 얻어갔다”고 설명했다.
비닷두는 AI 딥러닝 원천기술을 가진 팀이다. 딥러닝 학습에 필요한 어노테이션을 빠르게 생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를 활용해 단일 분야가 아니라 ▲스마트 관제 ▲물류 재고관리 자동화 ▲스포츠 영상분석까지 3가지 도메인에서 기술 상용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비닷두 김대식 대표는 “스타트업이 한 도메인의 A부터 Z까지 다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저희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엣지 부분만 골라서 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도메인은 넓어졌지만 문제는 좁아져, 저희 리소스로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닷두가 개발한 재고 관리 기술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바코드 인식이다. 기존 재고관리는 스캐너로 모든 바코드를 찍어 데이터를 입력해야 했다. 그러나 이 기술을 활용하면 카메라 안에 인식되는 모든 바코드를 한 번에 읽어 들일 수 있다. 김대식 대표는 “1000개의 선반을 재고 실사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바코드 스캐너가 32분이 필요한 작업량을 저희 기술로는 단 5분 만에 끝냈다”고 강조했다.
CCTV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관제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기술도 있다. 사실상 관제실에 있는 CCTV 중 90% 이상은 모니터링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 아무 움직임도 없기 때문이다. 비닷두는 움직임이 잡히는 CCTV만 선별적으로 보여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딥러닝, 컴퓨터비전 기술을 활용했다.
김대식 대표는 “이를 활용하면 수십, 수백대의 카메라가 있어도 단 몇 사람의 관제사로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며 “국내에서 관제시스템 1위인 이노뎁과 협력하고 있다. 오는 12월 상용화 예정”이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 “반도체? 스타트업도 할 수 있다” = 퓨리오사AI는 국내 보기 드문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이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레거시 아키텍처는 새로운 워크로드에 옵티마이징이 안 되어 있다”며 “리스크에 비해 기회가 훨씬 넓다. 엔비디아 등 기존 기업들에 새 기업들이 도전할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레거시 아키텍처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아키텍처로 바꾸기 쉽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누가 새로운 에코시스템을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느냐, 그 중에서도 딥뉴럴 네트워크 분야에서 옵티마이징에 성공하는 곳들이 새로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보탰다 .
그림을 보여주고 어떤 물체인지 알아맞히는 ‘이미지 클래시피케이션(Classification)’은 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퓨리오사AI는 초당 200장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이 기술 수준을 끌어올렸다. 백준호 대표는 “오늘 보여드린 데모는 3개월 전 기술, 현재는 훨씬 더 강력한 데모를 준비 중”이라며 “오는 2020년에는 상업용 칩을 찍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비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만 갖고도 혈압을 잴 수 있는 기술도 이날 선보였다. 기존에도 스마트폰을 통한 혈압 측정 기술은 있었으나, 특정 센서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필요해 대중화가 어려웠다. 딥메디는 보급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리지 않고 모두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검지를 후면 카메라에 대고 10초간 측정하는 것으로 혈압을 알 수 있다. 딥메디 이광진 대표는 “병원에서는 정상인데 일상 생활에서는 고혈압인 분들이 가장 위험하다. 이 분들은 지속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평균 혈압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마치 키나 몸무게처럼, 자신의 혈압도 누구나 측정하고 알 수 있도록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 저희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각 스마트폰마다 카메라, 플래시의 성능이 모두 다르다. 측정치가 다르게 나타나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딥메디 이광진 대표는 “많은 분들이 이 단계에서 포기했다. 만약 아이폰만 있었다면 개발이 쉬웠겠지만, 안드로이드폰은 편차가 심하다”며 “저희는 새 폰이 나올 때 마다 평가를 거듭했고, 정교화 알고리즘을 따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어떤 스마트폰이든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한편, 혈압측정 기술은 현행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돼 상용화하려면 유관부서의 등록허가가 필요하다. 딥메디의 솔루션은 현재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며, 내년 중 의료기기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