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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반도체 전방위 압박…일시적 현상인가, 역사의 변곡점인가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최근 반도체 시장의 관심은 미국이 겨눈 칼끝이 과연 중국을 어디까지 위협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중국 푸젠(福建)성 산하 D램 기업 푸젠진화반도체(JHICC)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기술 절취 혐의로 기소해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미래 모든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은 맞는 것일까. 아니면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취하는 페이크에 불과한 것일까.

물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제지당할 경우,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는 반도체 고점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압박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해소를 위해 소통을 강조하는 전화통화를 한 날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져 소통 모드에 찬물이 끼얹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겉으론 타협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내부적으론 압박 카드를 통해 중국을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각) 미국 법무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기술을 훔친 혐의로 푸젠진화와 대만 파운드리 기업 UMC 두 곳을 기소했다.

푸젠진화와 UMC 외, 마이크론 출신 대만인 3명도 함께 기소했다. 미국은 이들이 마이크론의 메모리 스토리지 관련 연구개발 내용을 훔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소일은 지난 9월 말이다. 1일 이를 공개하면서 민사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중국이 탈취 기술로 만든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게 함은 물론, 관련 기술을 돌려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는 푸젠진화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푸젠진화를 몰아붙이자 UMC가 푸젠진화와의 기술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나서면서 중국 반도체의 고립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미국 정부가 UMC마저 기소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UMC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UMC로선 어느 편에도 서기 어려운 처지다.

미국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덴코 등 세계 선두권의 반도체 장비 기업을 거느렸기 때문에 수출 제한 조치가 실효를 거둘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푸젠진화는 미국 반도체 장비를 살 수 없게 돼 양산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푸젠진화와 마찬가지로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준비 중인 이노트론과 YMTC도 향후 미국의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작년 12월 마이크론은 UMC와 푸젠진화가 D램 반도체 특허 ·영업비밀 등을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자 올해 1월엔 UMC가 마이크론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푸젠성 푸저(福州)우 중급인민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올해 7월 중국 법원이 마이크론의 D램과 낸드플래시 관련 제품 26종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양국 갈등은 점입가경의 형세로 치달았다. UMC는 푸젠진화와 협력해 D램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기업 압박이 국내 기업에 반사이익이 될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중국 반도체 기업의 시장 진입이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 주가에 심리적 악재가 돼 왔던 만큼 중장기적인 호재가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이미 한국과 중국 간 메모리 기술력 격차가 커 미국의 제재 효과가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부문 전망은 엇갈리나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이다. 미국의 압박은 중국 반도체뿐 아니라 중국 산업 전반에 가해지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중국이 미국과 프랑스 항공기업을 해킹해 상업 여객기의 터보팬 엔진 관련 정보를 빼내려 했다는 혐의로 중국 정보기관 첩보원 10명을 기소했다. 게다가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의 산업 기밀 수집을 단속하기 위해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80% 수준이다. 메모리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긴 해도 ‘반도체 수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중국 압박으로 중국 기업의 도산이 이어지면 결국 이는 우리나라 산업에도 손해다. 작년 중국과 미국의 수출 비중은 각각 24.8%, 12.0%였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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