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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했던 구글, ‘안보’논리로 맞서…미 통상압력에도 대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일개 기업에 어떻게 정부가 이렇게 휘둘리나”

1대5000 정밀지도 데이터 국외반출을 놓고 우리 정부가 끌려 다니는듯한 상황이 이어지자 업계 관계자가 토로했던 말이다. ‘설마 반출하겠어’ 하는 업계 관측이 지난 8월 지도 국외반출협의체가 한 차례 결정을 유보한 뒤에 ‘혹시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때도 구글은 양보가 없었다. 위성사진 속 군사시설을 블러(흐리게) 처리해달라는 정부 요청에 ‘실효성 없다’로 맞섰고 이후 구글 임원 방한 당시에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업계에서도 ‘반출을 불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 나왔다.

18일 지도 국외반출협의체(협의체)는 제3차 회의에서 구글이 신청한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을 ‘불허’했다. 결과만 보면 양보가 없던 구글에 우리 정부도 양보 없이 맞선 셈이 됐다. ‘안보’ 원칙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협의체 제3차 회의 이후 미디어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구글에 위성영상을 블러(흐리게) 처리하고 저해상도 처리할 것을 우리가 대안으로 제시했었다”며 “구글은 기업 정책 상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미국 대선 결과가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압력이나 이런 것들이 구체적이지 않았다”며 “그 부분에 대해 깊게 논의하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이날 협의체 회의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최 원장은 “찬반 내용보다는 각 소관부처 업무와 관련해서 쟁점사항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어떤 특정 부처가 반대한다거나 어떤 부처가 찬성했다기보다는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있었다”면서 “만장일치라기보다는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최종 결정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고 전했다.

구글 측의 양보가 전혀 없었는지 확인하는 질문에 최 원장은 “구글이 가지고 있는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최 원장은 마지막으로 “언론 쪽에서 상당히 공간정보와 지도 분야의 발전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나 쟁점사항을 발굴해주신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런 부분들은 앞으로 우리가 좀 더 열심히 연습도 하고 산업발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공간정보가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질의응답을 마쳤다.

다음은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Q. 보안시설 처리 관련해서 불허한 것인가?
- 우리 쪽에서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구글이 그 부분에 대해 수용하지 않았다. 위성영상을 블러 처리하고 저해상도로 처리할 것을 우리가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구글은 기업 정책 상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Q. 구글의 정책, 원칙은 어떤 것이었나?
- 가장 최상의 품질로 서비스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Q. 이번에 불허했는데 지도 반출 재신청에 제한은 없나?
- 재신청 제한은 없다.

Q. 23일이 반출 결정 기한이었는데, 결정을 앞당긴 이유는 무엇인가?
- 여러 쟁점 사항이 있었다. 우리가 논의하는 자리도 있었다. 법 제도상으로 협의체는 안보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기로 돼있다. 그래서 중점적인 내용은 안보에 대한 부분들이 논의가 됐다. 23일이 최종 기한이었는데 하루 이틀 임박해서 하는 것보다는 서두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Q. 트럼프 당선도 감안이 됐나?
-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압력이나 이런 것들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 깊게 논의하지는 못했다.

Q. 논의과정에서 의견대립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협의체 기관들이 다양하다. 찬반 내용보다는 각 소관부처 업무와 관련해서 정쟁사항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어떤 특정부처가 반대한다거나 어떤 부처가 찬성했다기보다는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있었다.

Q. 지난 8월 2차 회의하고 구글과 얼마나 접촉했고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가?
- 구글 본사 직원과 협의가 있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안한 부분에 대해 협의가 있었다. 본사 직원들이 한국으로 와서 협의를 했다.

Q. 국내에 서버를 두는 것은 제한하지 않았나?
- 기업에게 서버를 어디다 두라마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 부분은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Q. 구글이 선제적으로 입장을 낮추거나 제안한 부분은 없나?
- 구글이 가지고 있는 원칙이 있는데 그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이었다.

Q. 구글이 한발작도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인가?
- 그걸 제가 판단해서 말씀드리기는 그렇다. 구글이 가진 정책원칙을 고수한다는 내용은 들었다.

Q. 지도데이터 반출이 안 될 경우 포켓몬고 등 논란이 있었는데?
- 포켓몬고는 지도와 관계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지도 데이터가 반출되면 국내 관광객이 편리해지거나 그런 것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안보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고 논의했다. 정부가 앞으로 자율주행차나 드론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정밀지도 안프라를 계속 확대 구축할 것이다. 공간정보 관련 R&D(연구개발)를 강화할 예정이다. 네이버 등도 다국어 지도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대비 중이다.

Q. 구글이 지도 반출을 요청하면서 평창 올림픽 때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라 했는데?
- 네이버나 카카오 등이 올림픽과 관련해 공간정보기반 위치기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토부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공간정보를 구축하고 여러 가지 위치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Q. 앞으로 구글이 재신청할 경우 안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불허할 것인가?
- 이번에 안보 문제로 불허했으니 다음에 또 불허될 것이라던가 다른 글로벌 기업이 신청했을 때 불허될 것이라거나 그런 것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이르다.

Q. 미국과 통상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에서도 기업에 대해 서비스 제한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후보자 당선 이후 통상압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지도를 국외반출하지 않아도 어지간한 지리정보는 들여다볼 수 있는데?
- 협의체에서 안보부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글의 위성영상을 포함한 해외 위성영상에서 국가보안시설이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안보 위협이 된다고 한다. 1대5000 수치 지도를 반출하게 되면 그만큼 위험 수준이 더 크게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Q. 좀 더 해상도가 낮은 지도만 반출을 허가한다던가 하는 법 개정은 필요하지 않나. 아니면 해외 업체들도 똑같이 국내 보안심사를 받도록 법 개정할 계획은 없나?
- 구글과 협의하면서 요청했던 게 구글 위성서비스에 대한 저해상도나 블러 처리였다. 그 부분에 대해 구글의 정책 원칙 상 수용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현재 저희는 국내법에서 보안처리와 관련한 부분은 제도적으로 완비가 돼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런 부분들을 글로벌 기업이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별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안보 때문이라면 지난번에도 결정이 날 수 있었을 텐데, 다시 고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 그와 관련해서 이미 언론에도 많이 나와 있지만 다양한 쟁점사항들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관계부처들이 사이에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했다고 판단해서 회의를 연기한 것이다.

Q. 통상 관련해 외교부 입장은?
- 트럼프와 힐러리 후보가 경쟁하면서 통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정부에 대한 통상압력은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일반적이었다. 썰전(방송프로그램)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많이 준비해야 할거다라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힐리리보다 더 강한 통상압력을 이야기했고 통상관련 부서에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통상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고 어려울 것이란 말한 것이다.

Q. 외교부는 반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인가?
- 전체적으로 큰 내용은 국익에 대한 내용이었고 가장 우선된 것이 안보였다. 거기에 맞춰서 산업체에 대한 부분들이 많이 논의됐다. 거기서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고 그러 논의는 없었다. 이번에 전체적인 최종 결정은 합의에 의해 이뤄졌다.

Q. 만장일치였나?
- 만장일치라기보다는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최종결정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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