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이 방한했다. 네이버와 라인이 각각 5000만 유로씩, 총 1억 유로(약 1232억원)를 출자한 코렐리아 캐피탈(Korelya Capital)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1’을 알리기 위해서다. 펠르랭 전 장관은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를 맡았다.
30일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사진>는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럽 투자 펀드 설립 취지와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펠르랭 대표는 ‘공정한 경쟁’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는 “몇몇 주자들만이 세계적으로 정보들을 독점하는 상황이 있다”며 “이에 개입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혁신을 꾀해야 한다.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고 새로운 가치 체인(사슬)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펠르랭 대표가 ‘몇몇 주자’와 관련해 특정 기업을 지목하진 않았으나 미국의 거대 다국적기업들인 구글과 페이스북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것은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간담회 도중 미국 기업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과 경쟁에 대해 많은 이슈가 있다”고 언급하는 한편, “유럽기업들에 대한 제대로 된 자금 지원을 찾기 힘들고 몇몇 다국적기업들과의 경쟁에 있어 아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게 돼 장관 재임 시절, 모든 지역에서 인터넷이 제공하는 균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데이터 주권’ 중요 이슈, 현지 규제·법 준수해야”=이날 구글 지도데이터 반출 이슈와 관련해 데이터 사후관리에 대한 법이 미비한 가운데 지도국외 반출 시 ‘데이터 주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펠르랭 대표는 “데이터 주권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라고 말문을 열었다.
펠르랭 대표는 유럽과 미국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전에 대한 ‘세이프 하버(Safe Harbour)’ 조약을 언급하면서 “몇 달 전에 재협상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고 이는 보안성 규약이 지켜지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도 덧붙였다.
이어서 펠르랭 대표는 “자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모르게 된다”며 “다시 한번 공평한 경쟁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 “본사가 어디에 있든 현지법을 잘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국적기업들이 현지 규제와 법을 준수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다국적기업, 그들의 이익만 추구”= 펠르랭 대표는 다국적기업을 겨냥해 “다국적기업은 그들의 이익만 추구할 뿐이지 각국의 경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정부 요직에 재직할 당시 규율 규범을 제정하고 가치 창출을 도와줘야 한다, 진정한 주권성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펠르랭 대표는 K-펀드1를 통해 재직시절 생각했던 바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네이버와 라인 측과 협력해서 우리 사회를 변혁시켜보자, 아이디어를 가친 벤처기업을 도와주자 해서 의기투합하게 됐다. 이것이 K-펀드1의 시작”이라며 “이번에 민간 분야에 뛰어들면서 진정으로 유럽의 디지털 생태계에 일조하고 싶다. 유럽의 스타트업들이 미국 기업에 비해 제대로 된 캐피탈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 펀드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네이버-라인과 파트너십을 맺게 된 이유에 대해선 “정보의 접근에 대해 공동의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네이버와 라인이 신흥기업들의 좋은 예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 파트너십은 물론 기술을 가지고 있을 때 구체화시켜서 향후 세계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기업을 탄생하는데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1, 2개 플레이어만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펠르랭 대표는 시종일관 ‘공정(공평)한 경쟁’을 화두로 꺼냈다. “한두 개 (독과점) 플레이어(기업)가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치사슬 내 다양한 기업들이 있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국가적으로 (현지) 챔피언과 같은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코렐리아 캐피탈의 근거가 되는 생각”이라고 펠르랭 대표는 말했다.
코렐리아 캐피탈 인력 구성에 대해선 “다음주 회사 인력을 확보하게 된다. 11월엔 조직도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네이버팀과 함께 작업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펠르랭 대표는 “기타 벤처펀드와 달리 네이버와 라인이 원하는 것은 스타트업을 발굴, M&A(인수합병), 흡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이 기업들이 유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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