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이 9년 만에 지도 측량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재요청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구글이 국가안보시설이 나와 있는 1000대1의 대축적 지도를 반출 요청했다’고 보도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안보가 우선이다’, ‘국내법을 무시하는가’ 등 구글을 향한 여론이 좋지 못하다.
그러나 지도 데이터엔 안보시설이 없기때문에 인터넷 상에서의 논란은 사실 핵심 쟁점사항이 아니다. 물론 구글의 막강한 글로벌 시장 영향력과 지도정보에 구글어스의 기능이 결합될 경우 사실상 또 다른 안보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안보위협' 관점과 별개로,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는 다른 곳에 있다.
구글의 '조세 회피' 의혹이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면서도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두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클라우드 시스템 특성상 고품질의 서비스를 위해 세계 각지의 서버에서 분산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데이터의 국외 반출이 꼭 필요하다"는 게 구글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궁색한 변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구글이 의지만 있다면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할 텐데도 일부 기능 구현에만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재요청한 것은 ‘법인세 회피’ 목적이 아니겠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코리아 연매출은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이에 비해 과세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도 서비스를 위해 국내에 서버를 둔다면 '고정사업장'으로 잡혀 법인세 회피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들어 업계 일각에선 ‘법은 피하고 돈만 벌고 싶은’ 구글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글코리아 “지도 데이터엔 안보시설 나와 있지 않아” = 구글코리아에 확인한 결과, 구글이 국외 반출을 요청한 지도는 5000대1 축적이다. 보통 인터넷에 서비스되는 지도라고 보면 된다. 국가안보시설은 지도 데이터에 나와 있지 않다는 게 구글코리아의 설명이다.
국내 사업자들처럼 정부 검증을 거친 지도를 구매해서 국외 데이터센터에 두겠다는 것이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홍보상무는 “구글이 외부 반출 허가를 받으려는 지도엔 민감한 정보가 없다. 국가 검증을 거쳐 네이버, 카카오 등이 서비스하는 지도 그대로를 반출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9년 전 반출을 요청했을 때와 상황이 달라져서 재고해달라 요청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가 위성사진과 매칭되면 위협” =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이 국외 반출을 요청한 지도 데이터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도 데이터가 구글어스의 위성사진과 매칭되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구글어스 위성사진 안보시설에 보안처리(블러)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통일 국토지리정보원 공간영상과 사무관(영상관리총괄)은 “해외 서비스되고 있는 위성사진에 보안처리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지도서비스와 이미지가 중첩돼 좌표 같은 것이 명확해져버리니 관련한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여타 해외 사업자들의 위성사진 서비스에 국내 보안시설이 이미 노출되고 있는데 굳이 우리만 하는 것은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관은 “정부에서 (여러 해외 서비스를 통해 안보시설이 노출되고 있는 점을) 해소를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구글의 해외 시장 점유율이 높으니 요청한 것”이라며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구글 지도에 여행객들 불만…스타트업 서비스도 차질”=구글이 지도 반출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외국인 여행객들이 국내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정김 상무는 “여행객들이 구글 지도를 못 쓰니 저희한테 항의를 한다. 점점 얘깃거리가 되고 있어 다시 한번 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모두의 주차장'이 한 사례다. 구글 지도가 국내에서도 온전한 서비스 품질을 가졌다면 데이터만 넣어서 바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국내외 버전을 각각 서비스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정김 상무는 “지도 데이터 반출을 재고해달라고 한 것은 이처럼 여행객들과 스타트업들의 니즈가 있는 등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 구글은 한국만 제외하고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선보인 안드로이드 오토기반의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내세웠다. 이 역시 국내에서 구글 지도가 제대로 서비스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업계에선 ‘신사업 추진할 데이터만 빼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된다. 지도의 경우 위치 기반 브랜디드핀(지도 광고), 자율주행차, 안드로이드오토 등 신사업에 필요한 데이터다. 때문에 국외 반출을 통해 “각종 정부 심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데이터를 가공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업계 “국내서도 구글맵 서비스 가능”…구글 “클라우드 시스템 상 반출 필요”=업계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고 내세운 명분에 대해 “궁색한 변명”이라고 평가했다.
구글 지도 서비스의 경우 데이터 반출 없이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물리적 서버의 위치를 국내에 두거나 현재 구글맵을 서비스하는 방식대로 내비게이션 등의 서비스 역시 국내 업체들과 제휴를 확대하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 측은 국내에 서버를 두더라도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 반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김 상무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둘 계획은 없다”면서도 “설령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둔다고 해도 지도 데이터가 클라우드 시스템 상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국외에 분산 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본질이 호도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강하게 요구하는 실제 이유는 바로 서버에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이 국내 정부와 마찰을 빚는 세금 회피, 음란물 방치,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 등의 각종 논란은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겠다는 회사 측의 의지 때문이자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은 ‘조세회피’인가 = 이를 고려하면 앞서 구글이 언급한 명분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업계 일각에선 이번 데이터 반출 시도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세금을 아끼겠다는 구글의 조세회피 원칙이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구글이 ‘고정사업장(인적·물적 설비 포함)이 해외에 있는 사업자나 업체에게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국내 법인세법의 약점을 잘 알고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 서버를 두게 된다면 더 이상 조세회피가 쉽지 않다. 국세청이 법인세 부과를 시도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국내에서 검색광고와 앱 마켓 매출 등으로 1조원 이상의 실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비해 세금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구글코리아는 외부 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다.
최근 다국적 기업의 역외탈세 제재는 세계적인 관심사다. 이른바 ‘구글세’ 도입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 등 100여개 나라가 참여한 다국적 기업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벱스(BEPS)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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