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 반출 반대 의견 압도…구글 기존 입장 되풀이
- 구글 “지도반출 늦어질수록 혁신 뒤쳐져”…업계 발끈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 매니저가 토론회 발제에서) 우리나라라고 발언했는데 구글이 이렇게 한국을 생각하는지 몰랐다. (중략) 시혜적이고 구글 중심적 생각에 기분이 개운치 않다. 우리나라 안보상황을 왜 구글이 판단을 하는가.”(윤영찬 네이버 부사장)
“지도산업 관련 업체 5000여개에 10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도로공사에 공간정보를 제공하고 시스템 개발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데 구글에 (지도데이터가) 넘어가면 우리는 (경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청중)
“지도데이터를 주면 기업들은 나중에 구글에 돈 주고 사야 한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에게 그렇게 할 것이다. (중략) 구글을 통해야만 한국의 IT가 발전한다는 묘한 식민사관이 굉장히 불쾌하다.”(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지도반출이 늦어질수록 세계적 혁신의 흐름에 뒤처지는 게 아닌가 저희로서 걱정이 많이 된다. (중략) 너무 피해자 코스프레(피해자인 척 가장한다는 의미)를 하는 것 아닌가”(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예상대로였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 토론회에선 ‘뼈 있는 한마디’가 넘쳐났다. 구글 본사 지도사업 담당자의 참석이 확정돼 업계 시선이 쏠려있던 자리였다.
구글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지도반출이 늦어질수록 혁신의 흐름에 뒤쳐진다’는 논리를 꺼냈다. 여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시혜적’, ‘구글 중심적’, ‘묘한 식민사관’ 등으로 날선 비판을 가했다.
◆지도 반출 반대 의견이 찬성 압도=이날 토론회 패널 8명 중 6명이 구글에 지도데이터를 내주는 것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일단 지도 반출 반대 의견에 박병욱 한국측량학회 회장, 최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원,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신동빈 한국공간정보학회 회장,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연구원장이 중지를 모았다. 찬성엔 김경태 한국관광공사 전략팀장,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의견을 밝혔다. 토론회 진행은 사공호상 국토연구원 소장이 맡았다.
◆지도 반출,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안보 문제는 논리적 비약”=김경태 한국관광공사 전략팀장은 “2020년까지 2000만명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1600만명을 정점으로 점점 줄고 있고 단체에서 개별관광으로 70% 이상이 패턴도 바뀌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36%가 구글지도를 쓰고 있다”고 구글 지도서비스 활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팀장은 “ICT(정보통신기술)와 관광을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요청하고 있는데 관광 등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기관들이 조직축소, 예산삭감이 되면서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구글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국내 업체가 만들어내려면 비용과 시간, 기술이 축적이 돼야 할 텐데 필드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그런 서비스가 빨리 나와서 2000만명, 2500만명 유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안보 문제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우주에서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시기에 (지도반출로) 대한민국 안보가 무너지나. 논리적 비약”이라며 “대한민국 산업은 개방을 통해서 더 강해졌다. 세금문제는 구글지도 데이터와 연관시킬 이슈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국내에 서버를 두라”=이날 구글을 겨냥해 ‘국내에 서버를 두라’는 발언이 수차례 나왔다. 이러한 발언 중에서 국내 서버를 통해 지도 데이터가 국외로 나가 클라우드 시스템에 분산 저장된다면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병욱 한국측량학회 회장은 “서버를 국내에 두는 부분의 의미는 국내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라며 “클라우드 컴퓨팅 방법 때문에 어렵다고 하는데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지도데이터가 구글의 글로벌 클라우드 서버에 분산 저장돼도 국내에 둔 서버를 통해서 나가면 향후 구글이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 때 국내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어서 최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제 의견이 인터넷진흥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구글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최 연구원도 “서버를 한국에 두지 않은 것은 핑계”라며 “지도반출하면 놀라운 혁신이 있고 무인자동차 드론 등 많은 실익이 있는 차세대 기술을 보여준다고 하면서도 얼마 되지 않는 것(세금) 가지고 구글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는 국내법을 존중해달라”면서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글의 모토를 거론한 뒤 “우리가 기대했던 구글이 초심을 찾아서 냉철한 지성으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구글에 작심발언 이어간 네이버=검색, 지도 등 여러 분야에서 구글과 직접적 경쟁상대인 네이버는 이날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윤영찬 부사장은 “지도반출이 늦어질수록 혁신의 흐름에 뒤쳐진다” 등의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의 발언에 대해 “시혜적이고 구글 중심적”이라며 힘줘 말했다. 여타 사업자의 위성사진에 청와대가 모두 공개돼 구글만 안보시설을 삭제한다고 실효성이 있겠냐는 주장엔 “우리나라 안보상황은 구글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윤 부사장도 다른 패널과 마찬가지로 “서버를 두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굳이 안한다고 한다”며 “구글이 유럽에서 검색점유율이 90%인데 영국에서 번 매출의 0.1%만 세금으로 내고 아일랜드로 수익을 이전하고 택스헤이븐(조세회피지)으로 숨긴다. 이 돈이 알파고와 위성 등(혁신)에 들어간다. 한국에서 무슨 기여를 했기에 반출을 당연히 요구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윤 부사장은 “구글로부터 보호해달라는 게 아니다. 자유로운 경쟁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구글지도가 다운돼 있고 그렇게 해서 10억명 이상이 다운받았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앱 마켓 독점적 권환 이용한 것을 벌금매기겠다고 한다. 네이버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국내 업체들이 이미 역차별을 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사생활 데이터가 구글 손에?…지도 반출 시 관리규정 전무=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연구원장은 지도데이터 반출 이후의 사후관리의 맹점을 짚었다. 손 원장은 “반출 이후 수집된 데이터가 어떻게 쓰일지 사후관리 규정이 전무하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지도데이터가 반출됐을 경우) 간행심사, 사전사후심사를 집행할 방법이 전무하다”며 “위치와 지명의 주도적 결정을 하거나 오류가 야기됐을 때 바로 잡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더 큰 문제는 모바일 위치 이동경로 등 사생활을 유추할 수 있는 상세 데이터들이 구글로 넘어갈 수 있다”며 “이 데이터들이 어떻게 활용이 될지 도저히 알수 없다”고 규정 미비를 지적했다.
손 원장은 “프라이버시, 개인정보 등 국내법을 적용할 방법이 없는데 이런 부분을 구글이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며 “여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발끈한 구글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거 아닌가”…“사과하라” 요구 나와=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토론회에서 지도데이터 반출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안보 위협이 있지는 않을 것”, “모든 나라에서 세금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 “반출했을 때 사업부문 혁신과 경쟁 확대를 통한 사용자 이익이 있다” 등 구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권 매니저는 “포켓몬 고는 서비스 혁신의 첫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지도반출이 늦어질수록 세계적 혁신의 흐름에 뒤처지는 게 아니가 저희로서 걱정이 많이 된다. 아이폰 도입 논쟁들이 재현되는 거 아니가”라고 의견을 냈다.
권 매니저는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주장을 듣고 답변하는 와중에 “너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 아니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피해자 코스프레 발언에 사과받고 싶다”고 말했으나 권 매니저는 관련 답변 없이 연단에서 내려갔다.
김 대표는 지도 반출 뒤 관련 데이터사용 정책으로 유료로 할 것이냐 질문했고 권 매니저가 “여러 사용정책이 있다 무료 지원도 있고 유료로도……”라고 답하자 “유료로 한답니다”라고 구글의 의중을 명확히 했다.
김 매니저는 구글 지도서비스 시 향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법이 아닌 국내법을 따를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서비스를 하는 모든 국가의 법을 존중한다”며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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