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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반출 불허 여론 팽배한데…정부 협의체 ‘美 눈치’ 봤나

- 미국 통상압력 감안해 발표 연기 관측 제기
- 반출 허용 시 난제 많아…‘사실상 불허’ 예상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이 요청한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과 관련해 열린 24일 정부 협의체 회의에서 ‘불허’가 아닌 ‘추가 심사’ 결정이 나왔다.

그동안 지도 반출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이 수차례 제기됐고 반출 불허를 외치는 인터넷 여론도 우세했다. 협의체 회의 전날인 23일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구글 등 다국적 기업 대상으로 위치정보 관리의 맹점을 짚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지적과 최근 여론에 근거해 업계가 예상한 결론은 ‘반출 불허’였다. 그런데 추가 심사 결정이 나왔다. 과연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일까. 외압을 고려한 조치는 아니었을까. 후자에 무게를 둔 관측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24일 열린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2차 회의'에서 구글이 요청한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과 관련해 추가 심의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8월 25일까지였던 심의 기간이 60일 연장돼 오는 11월 23일까지 반출 여부를 논의하게 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24일 열린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2차 회의'에서 구글이 요청한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과 관련해 추가 심의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8월 25일까지였던 심의 기간이 60일 연장돼 오는 11월 23일까지 반출 여부를 논의하게 됐다.
◆‘반출 허용’ 미국 통상압력…최선의 수는 발표 연기?=미국 정부가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과 관련해 통상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1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우리 정부와 비공개 영상회의를 갖고 지도 데이터 반출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미국 무역대표부의 움직임은 예상된 바 있다. 지난 3월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2016년 각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보면 전자상거래(E-Commerce) 부문에 구글의 지도 데이터 문제가 언급돼 있다.

‘지도 정보’와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국이 지도 정보(위치 기반 데이터)의 해외기업에 대한 접근(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진출 장애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규제로 보는 것이다.

업계에선 지도 데이터 반출 심의가 길어지면서 “기업 하나에 나라가 이렇게 휘둘리나”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으나 구글이 미국 무역대표부를 등에 업은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심사 연기도 이해가 가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11월 초 미국 대선까지는 통상압박이 세다고 하는데 외교분야 등에서 미국 눈치를 보느라 심사 발표를 연기했을 수 있다”며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불허가 아니겠나”라고 추측했다. 업계 입장에선 일리 있는 관측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구글이 지도 반출과 관련해 논의를 더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정부에 새로운 안을 제시한 것은 없었다. 구글이 여전히 ‘구글 스탠다드’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선 이것이 추가 심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라고 보긴 쉽지 않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24일 정부 협의체 회의가 끝난 이후 미디어들을 만나 “찬반까지 논의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계속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지난 60일간의 심사 기간은 부처별로 입장 정리를 마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찬반 논의까지도 가지 못했다는 것은 부처 공통의 고민거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도 데이터 관련 법제도 미비와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법인세법 개정 등과 함께 미국의 통상압력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반출 허용’ 쉽지 않아…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 예상=여러 전문가들과 국회입법조사처가 지적했듯이 지도 데이터를 그대로 내줬다간 정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지금은 구글이 국외 반출한 지도 데이터를 통해 마음대로 가공하거나 우리 국민의 사생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도 정부가 통제권을 갖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서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수년전 국내외에서 불거진 구글 스트리트뷰와 같은 데이터 무단 수집 논란이 재차 발생했을 땐 정부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구글에 이어 여타 글로벌 기업이 지도 반출을 요청했을 때도 문제다. 반출을 불허했다간 ‘구글은 되고 우리는 안 되나’라는 얘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반출을 승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08년부터 제기된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에 우리 정부는 불허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지금에 와서 반출을 허용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스울 수 있다.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적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구글은 그 때나 지금이나 입장 변화 없이 여전히 ‘구글 스탠다드’를 고집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선 미국의 통상압력이 있더라도 우리 정부가 지도 반출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다. 데이터 주권을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출 불허’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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