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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대응 전략은?…재확인된 트럼프의 '마이웨이'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날 저녁, 취임축하 무도회(Inauguration balls)를 갖는다.

초대받은 손님과 사전에 티켓을 구입한 사람만이 참석하는 이 행사는 멀리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졌다.

현지시간 20일 저녁, 미국 워싱턴DC내의 컨벤션센터를 비롯해 3곳에서 45대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무도회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3곳의 무도회에 시간대별로 나눠 참가했으며, 동일한 레퍼토리로 행사를 주관했다. CNN 등 미국 방송사는 이 장면도 빼놓지 않고 현장을 생중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인 멜라니아 여사가 등장해 무도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 앞에서 간단한 축하 인사말을 건넸다.

다시 미국을 강하게 만들겠다

월등하게 백인들의 비중이 많은 청중들의 환호속에 조용하게 음악이 흐른다. 귀에익은 멜로디, 미국을 대표하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명곡 '마이 웨이(My Way)'다. 대통령 부부가 블루스를 추기 시작하고, 얼마후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도 무대에 등장해 가세한다.

행사의 쓰이는 소품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겠지만 '마이 웨이' 선곡은 트럼프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이해 당사자들에겐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완고하고 강경한 트럼프의 정책이 변함없이 지속될 것임을 상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심은 과연 트럼프 정권이 '미국 우선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실제 실행에 옮길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앞서 일각에선 트럼프의 강경 정책중 일부는 쇠락한 미국내 '러스트 벨트'지역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대선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트럼프 정부가 막상 출범하게되면 외국과의 마찰을 필요이상으로 유발시키는 과도한 보호무역 정책기조는 완화될 것이란 기대였다.

◆대선후보 시절 그대로, 대내외 강경정책 예고한 트럼프 = 하지만 취임 첫날, 트럼프가 보여준 행보는 왜 취임식 무도회의 주제곡으로 '마이 웨이'를 선곡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취임식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트럼프 정부의 강경 정책이 전세계가 공감하는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기 힘들어 보인다.

'나한테 그런 것은 기대하지 말라'는 듯 취임식장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대놓고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일갈했다. 그동안 지난 반세기가 훨씬 넘게 전세계 자유무역주의를 이끌어왔던 미국의 대통령이라곤 믿기지 않는 모습이지만 트럼프는 대선 후보였을 때처럼 역시 개의치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취임식 후 백악관에 들어와 행정부 수장으로써 행사한 첫 결재는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의료보장 개혁 정책인 '오바마 케어'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선 기간중 백인 지지층을 결속시키기위해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겠다고 수차례 공약했는데, 실제로 이행에 옮기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트럼프가 지난 대선 기간중 공약했던 내용들이 상당수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을 가정하고, 강도높은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TPP 탈퇴, NAFTA 재협상 방침 변함없어 = 당장 주목해야하는 것이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중국 좋은일만 시킨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방침을 공언해 왔는데,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미국의 TPP 탈퇴 여부는 한국에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TPP가 아직 본격적으로 발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은 TPP에 참여한 국가들과 상당수는 FTA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TPP 탈퇴 방침은 아태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던 일본에겐 매우 큰 타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미국이 멕시코 등과 맺어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의 북미시장 전략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평가된다.

우리 기업들을 그동안 인건비가 싼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미국 시장에선 판매에 주력했다. 트럼프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역외 생산에 특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대미 수출을 위해선 생산거점 전략 변화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대미흑자 연 200억 달러 상회, 한-미 FTA 재협상은 불가피할 듯 = 다만 한-미 FTA 재협상과 같은 표현은 취임식은 물론 백악관의 경제정책 관련 브리핑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 등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통상압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한-미간 FTA재협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란게 국제 통상전문가들이 분석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58억 달러에 달한다 .환율 115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3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목은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기기, 철강재 등이다. 대미 수출이 경색되면 우리 IT산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한-미 FTA의 재협상은 우리 기업들에게 간단치 않은 문제다. 기존 협약 내용을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으로 수정하겠다는 의도다. 그 결과에 따라 대미흑자 비율이 큰 품목의 경우 관세율이 조정되거나 반덤핑 조사, 상계관세 등 보복조치를 당할 가능성이높다는 분석이다. 한-미 FTA 재협상외에도 미국은 환율정책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미 오바마 정권에서도 환율조작국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를 한 바 있다.

또한 과거 한-미 FTA협상과정에서 크게 주목되지 않았던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분야에서의 미국의 통상 압력이 새롭게 제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들면, 지난해 구글의 위치정보 요구에 우리 정부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글측이 '불공정 무역' 사례로 문제삼을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권의 출범으로 더 악화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도 한국에겐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문제로 중국의 압박이 거센 상황이다. 미국이 안보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 중국을 압박할 경우, 한국 기업들에게 역시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게되면, 중국을 거쳐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동시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기위한 수단의 하나로 '환율조작국'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이 자국의 화폐인 위안화의 가치를 절하시켜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과 대외교역 조건을 유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2016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2540억달러로, 우리의 10배 규모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워낙 크다보니 불거진 문제지만 우리도 환율조작국의 의심을 받게되면 원-달러 환율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기준의 하나로, 대미무역 흑자 규모가 200억 달러가 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취임직후,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내용중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시키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무기체계 개발 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내용이다. 전체적인 내용이 추가로 공개되지 않았기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사드'배치 문제 이외의 또 다른 현안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당장 현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협상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미군의 주둔 비용을 삭감하겠다는 공약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향후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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