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어, 이게 뭐야? 왜 트럼프가 앞서지?” “헉, 주식 빠진것 좀 봐. 트럼프 당선 확률 90%라네...”
9일, 점심 시간. TV 속보 자막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개표결과는 충분히 경악스러웠다.
지금까지의 행보로만 본다면, 예측불가능한 트럼프의 당선은 기존의 한-미 관계가 가장 ‘불확실한 시대’로 접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우려는 현실이 될까.
미국의 국익 최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전세계 언론들은 '대이변'으로 표현했다.
더욱이 미국 공화당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상원과 하원, 의회 권력에서도 우위를 확보했다. 미국의 권력지형이 일순간에 뒤바뀌게 된 모양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9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허튼의 힐튼 호텔 연회장에서 가진 승리선언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지만 다른 나라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이란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당초 공화당 예비선거전을 뚫기에도 벅차보였던 트럼프가 선거 전략상 표를 얻기위해 의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포함한 '미국 국익 최우선주의'를 강조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당분간 트럼프를 바라보는 세계의 우려섞인 시선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미국은 내년 1월 중순까지 약 70일간 정권인수인계 과정을 갖게 된다. 일단 이 과정에서 각 분야별로 미국의 향후 정책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미국의 통상정책의 변화 여부다. 다만 트럼프가 집권 초기부터 효과가 불확실한 보호무역주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 보다는 내수활성화를 위한 내수 진작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예상이 높다. 앞서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동안 1조달러(한화 1200조원) 규모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한-미, 정책기조…모든 것에서 재출발 =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미 당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책 공조를 재검토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완전히 정권이 교체되기때문에 이같은 기존 대외 정책들에 대한 방향을 재설정하는 물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현안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기존 오바마 정부의 정책기조와 일관성이 유지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이미 한-미 당국간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 등 첨예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승계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이날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 동맹의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원론적인 입장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통상분야에선 트럼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언급한 '한-미 FTA 재협상'이 당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물론 미국이 불리하다고 해서 기존 FTA 협상에 막무가내로 수정을 가하는 '역진성'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한-미 FTA 협정이 발효된지 이미 4년째 접어들었지만 서비스 분야 등 아직 유보된 분야도 있다. 만약 FTA 재협상이 진행된다면 민감성 때문에 제외됐던 기존 미타결 부분에 대한 논의도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최근 국내 정세는 '최순실 게이트'로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통치권이 상당히 약화된 상황이다. 과연 미국의 급격한 정치 지형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역량이 있는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문제와 IT산업, '험난한 파고' =트럼프는 그동안 줄기차게 보호무역주의를 얘기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무역 불균형의 원인이 FTA에 있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트럼프 진영의 합리적인 분석에 의한 결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개방경제 구조하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반드시 그에 따른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고해서 반드시 고용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통상분야 일각에선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고해도 반짝 효과에 그칠 뿐 근본적인 미국의 경제 체질이 강화될 가능성은 적고 오히려 기업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기존 다자간 무역협정(WTO)내에서 파생된 양자간 무역협상인 FTA(자유무역협정)방식으로 통상 정책의 틀이 바뀌었는데, 이 부분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손해를 입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을 들고 있다. 한-미 FTA의 재협상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나리오다.
한-미 FTA 뿐만 아니라 미국은 기본적으로 통상문제에 있어 자국의 이익이 상당히 침해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3월말 작성한 비관세장벽 리스트에서 '구글의 지도데이터 반출'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반대를 언급하고, 이를 불공정한 통상의 사례로 규정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내년 2월 공식 출범하면 '구글 지도 데이터반출' 처럼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에서 새로운 통상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존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분야에서도 새로운 쟁점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책적인측면에서 IT산업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IT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IT가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르 뺏는다'는 고루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선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분야도 트럼프의 눈밖에 나있다.
이 때문에 이미 미국의 IT실리콘밸리에선 반(反) 트럼프 정서가 매우 강하게 형성돼 있었다. 실제로 이번 선거기간 동안 애플과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 IT기업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후원한 금액은 300만 달러(34억원)에 달한 반면, 트럼프 후보에게 낸 후원금액은 5만달러(5700만원)에 불과했다. 미래 산업을 놓고, 미국 IT기업들과 트럼프 행정부간의 간극이 어떻게 좁혀질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도전에 직면한 국내 IT 수출기업 =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냐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는 전략 과제가 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IT대기업들은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한 상황 변화를 다시 정리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및 전자업계는 여전히 미국이 주요 시장이다. 휴대폰 뿐만 아니라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있는 교역량을 달성하고 있다.
기존의 분석대로라면, 트럼트 행정부는 외국 기업들에 대한 유무형의 견제에 나설 확률이 높다. 특허권 분쟁, 반덤핑 관세, 각종 유무형의 비관세 장벽 등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또한 특정 분야의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다른 나라의 경쟁 업체를 견제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월풀은 삼성전자 LG전자 가전제품에 대해 끊임없이 덤핑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올해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으며, 최종결론은 오는 12월 내려진다.
또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역시 앞으로는 새로운 분위기에서 치러져야한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미국 기업인 애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미국 기업 편들기 현상은 나타났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계에서 트럼프의 예상치못한 당선은 더욱 상황을 엄중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EU와 함께 최대 교역 시장인 미국의 급격한 정치지형의 변화는 경제, 통상분야에서도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IT수출 기업들에게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