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아이에게 미안함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운성 작가는 지난 2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전이 진행되고 있는 혜화아트센터 측에서 자신의 작품 일부가 파손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유치원생 꼬마가 호기심에 작품을 만지려다가 구성물의 하나를 깨뜨렸다는 것.
자식이나 다름 없는 작품이 훼손되는 건 작가 입장에서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김 작가는 아이, 부모가 아닌 자신의 부주의를 탓했다.
김 작가는 센터 측에 장문의 카톡을 보내 "작가가 좀 더 신경 써서 파손되지 않게 했어야 했다. 아이를 혼내지 않았으면 한다. 변상, 보상도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아이와 부모를 감쌌다.
해당 작품은 비매품이지만 500만원의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이 일화는 류근 시인이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류 시인은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코끝이 찡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마음이 그 어느 예술 작품보다 감동적으로 느껴졌다"고 적었다.
김운성 작가는 아내 김서경 작가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부부 조각가다. 오는 24일까지 혜화아트센터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모전에 참여해 조소 작품 '중력을 거스르고'를 선보이고 있다.
센터와 류 시인 글을 종합하면, 김 작가가 '아이를 혼내지 말라'고 당부한 건 작품에 담긴 내용 때문이다.
김 작가는 카톡 글에서 "이 작품은 많은 이상과 꿈을 갖고 생장하는 내용이다. 때로는 견디고 헤쳐나가야 하는 씨앗이다.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라며 "작품 파손에 대해 이해를 시켜주시되, 혼내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작가에게는 소중한 작품이지만, 아이에게 미안함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며 "작품이 파손되고 나서 부모님, 아이의 충격이 있었을 것 같다. 작가가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고, 잘 이해시켜 주시면 하는 마음"이라고 마지막까지 아이, 부모를 걱정했다.
센터에 따르면 김 작가는 깨진 작품을 회수해 일일이 붙인 뒤 다시 가져다 놨다고 한다. 김 작가는 지난 22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회 주제처럼 '사람 사는 세상'은 아이가 실수를 인정하면 이해해주고, 아이가 상처를 안 받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이와 부모에게) 안심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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