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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논란 가중…장비업체 상황 예의주시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반도체 업황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D램 현물가격 하락을 토대로 고점이 끝났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삼성전자가 D램 출하 전략을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석과 전망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관련 장비 기업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익IPS(대표 이현덕), 유니셈(대표 김형균), 유니테스트(대표 김종현), 테스(대표 주숭일 이재호), 테크윙(대표 나윤성) 등 반도체 장비업체 주가는 25일까지 하락세를 유지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타격이 입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면서다.

26일 SK하이닉스가 2분기 사상 최대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단기적으로 관련 기업 주가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악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을 토대로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인 흐름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고객사들의 기존 투자가 끝나고 추가 투자가 다시 오는 사이클 갭이 있는 데다가 업황 악화 얘기까지 나오다 보니 주가가 하락했다”라며 “D램 가격 하락, 삼성전자의 평택 투자 지연 등 설비투자(CAPAX) 지연 영향도 있다고 본다. 현재 고객사의 투자 방향 및 규모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해석과 억측이 난무하면서 투자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D램 가격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에 대한 논란이다.

지난 23일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의식해 D램 출하량을 크게 늘리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D램 생산량을 조절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출혈경쟁을 하더라고 최대 경쟁자인 SK하이닉스를 떨쳐내려는 전략을 펼 것이란 분석이다.

이후 이에 대한 반론이 오가며 이 가능성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 아무리 경쟁이 과열되고 SK하이닉스의 추격이 매섭더라도 삼성전자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반도체 수익을 낮추는 전략을 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이 힘을 얻으면서다.

D램 가격을 어느 기준으로 봐야 할지도 논란이다. 고정거래가격은 상승해왔지만, 현물가격은 올해 들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제까지 개인 간 거래를 토대로 한 현물가격은 기업 간 거래로 형성되는 고정거래가격을 선행해왔다. 이 때문에 먼저 현물가격 하락이 기업 간 거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을 선행한다는 논리가 현재로선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거래이기 때문에 모바일 D램, 서버 D램 거래가 많으나 개인 간 거래로 매겨지는 현물가격은 대개 PC D램 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물가격 하락을 국가 반도체 업황을 가늠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과 연결 짓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편 삼성전자가 D램 출하량을 늘리려면 더 많은 장비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오히려 장비업체들에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와 내년 대규모 증설 및 신규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라며 “이 투자가 지연될 수는 있어도 결렬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와 내년 안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장비업체 호황이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키움증권의 박유악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평택 공장에 예정돼 있던 D램 신규 장비 양산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며 “4분기에 일부 서버 D램 고객의 주문량이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1xnm 제품의 수율 또한 개선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에 대한 공격적인 증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것은 최근 반도체 경기 악화를 반영하는 지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경기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5월, 6월, 7월(1~20일)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6%, 34.6%, 41.4% 감소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 등 변수가 겹치고 반도체 호황이 끝물이라는 우려가 강해지는 과정에서 여러 주장과 억측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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