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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텍반도체, 기업환경 변화에 휘청…‘줄기세포’ 사업 진출?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8-06-21 12:19:11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반도체 테스트 업체 아이텍반도체가 최대주주 변경 및 유상증자 결정,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굵직한 내용을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18일 발표했다.
골자는 기존 최대주주가 보유주식 전부를 투자조합 4곳에 나눠 팔고 유상증자 배정자인 박원진 외 1인(한국줄기세포뱅크)이 최대주주로 오른다는 내용이다. 유상증자와 CB·BW 발행으로 조달하는 운영자금 규모는 총 645억원이다. 대변환기를 맞아 어떤 신규사업을 추진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IR(기업설명회)·홍보 담당자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투자자 사이에선 신규 사업 등에 대해 억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회사 주가는 14일(시가 5930원)부터 20일(종가 1만8400원)까지 5거래일 만에 210% 올랐다. 시가총액이 600~700억원 불어난 것. 특히 공시가 나온 18일보다 2거래일 앞선 14일부터 주가가 급변했다는 것은 이전부터 발표 내용이 새어나갔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만일 공시 내용이나 사업 계획 정보를 미리 안 누군가가 공시 발표 전 주식을 샀다면 내부자 거래에 해당한다. 더구나 상장기업이 투자자에 충실히 사업 현황을 밝힐 도의적 책임은 도외시한 채 자세한 설명 없이 기업을 팔아넘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단 최대주주로 오르는 박원진 씨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투자자 사이에선 원진성형외과의 박원진 대표원장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CB 발행 대상자로 박원진 씨(30억원)와 함께 원진바이오에이치씨(30억원)가 같이 이름을 올린 정황을 볼 때 원진성형외과의 박원진 대표원장이 주인공일 가능성이 크다. 원진바이오에이치씨의 최대주주가 원진성형외과의 박원진 대표원장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원진성형외과는 지난 2015년 중국 헝다그룹과 함께 중국 톈진에 대규모 성형외과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한국 의료진 중심으로 VIP 대상 성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규모 사업을 한중 합작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또한, 중국뿐 아니라 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성형외과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원진성형외과를 단순한 개인 사업체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원진성형외과의 서초동 본사에는 30명이 넘는 의료진이 포진해 있다.
박원진 씨의 특수관계자로 공시된 한국줄기세포뱅크(대표 김택근)는 성체줄기세포 보관 사업 및 줄기세포치료제 기술개발·공급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지난 2005년 12월 설립됐다. 작년 자산총계, 부채총계는 각각 678억8700만원, 305억9600만원이다.
한국줄기세포뱅크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이자 합성수지용 착색제 제조업체인 바이오빌(대표 강호경)이다. 20일 바이오빌 주가도 전일 대비 14.72% 올랐다. 바이오빌은 2012년 6월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 85.5%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신규사업으로 줄기세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진성형외과(박원진)와 한국줄기세포뱅크가 아이텍반도체의 최대주주로 바뀌게 되면서 ‘우회상장’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비상장사가 상장사를 인수하면 시장 공신력을 얻어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거나 사업 전략을 짜는 데 탄력을 받는 등 우회상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가 앞으로 추진할 신규사업은 뭘까. 18일 공시에 따르면 유상증자 결정 및 CB·BW 발행으로 조달하는 총 645억원 자금 중 신규사업 진출에만 270억원이 할당되어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대금 50억원, 해외시장 개척 검토 20억원 등도 눈에 띈다. 이 가운데 한국줄기세포뱅크가 최대주주 측이라는 점에서 아이텍반도체가 줄기세포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주가 바이오주로 바뀔 가능성이다.
아이텍반도체는 반도체 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테스트 사업을 영위한다. 작년 패키지테스트(60.93%), 웨이퍼테스트(22.03%) 등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관련 매출이 100%였다.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대규모 사업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에이티세미콘, 테스나, 지엠테스트 등이 있다.
한편, 한국줄기세포뱅크는 지난 4월 코스닥 상장 화학제품 제조업체 스킨앤스킨(대표 김정우, 서세환)이 발행한 약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제3자 배정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은 6월7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이 결정에 대해 제3자 배정 대상자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18일 공시 구체적인 내용은=18일 공시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현재 최대주주인 유남영 외 2인은 보유 주식 260만2505주(지분율 48.94%)를 약 375억원에 체리힐1호투자조합 외 3인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이행 후 양수인별 보유주식 및 지분율은 ‘체리힐 1호투자조합’ 64만8891주(12.20%), ‘나무제12호조합’ 64만8891주(12.20%), ‘Growth&Value 6호 투자조합’ 64만8891주(12.20%), ‘유아이투자조합’ 65만5832주(12.33%)다. 양수인은 지난 15일 계약금 50억원을 양도인에 우선 지급했으며 오는 26일 잔금 약 325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대주주는 결국 박원진 외 1인(한국줄기세포뱅크)이 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이들이 쌓는 지분이 체리힐1호투자조합 외 3인의 각 지분보다 많기 때문이다. 18일 회사는 최대주주 변경 공시와 함께 약 65억원(보통주 106만3500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다고 공시했는데 이 유상증자의 제3자 배정자가 바로 박원진 씨와 한국줄기세포뱅크다.
박원진 씨는 70만3500주, 한국줄기세포뱅크는 36만주를 받아 6월26일부터 지분율이 각각 11.02%, 5.64%가 된다. 유상증자 납입일(6월 25일)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의 잔금 지급일(6월 26일)을 지나는 시점부터다. 박원진 씨가 최대주주, 한국줄기세포뱅크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총 16.66%가 된다. 보호예수 기간은 1년이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원부자재 매입 20억원, 기계설비 취득 10억원, R&D 투자대금 35억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회사는 18일 신주인사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총 100억원 규모다. 발행 대상자는 한국줄기세포뱅크 70억원, 젬앤컴퍼니 30억원이다. BW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세부적으로 기계설비 취득에 45억원, 해외시장 개척 검토에 20억원, 운영자금 확보에 35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사채만기일은 2021년 8월14일이며, 신주인수권 행사 가능 기간은 2019년 8월14일부터 2021년7월14일까지다. 신주인수권 행사로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는 총 143만3075주(보통주)다. 발행 후 1년 6개월이 되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붙었다.
이 외에도 18일 4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도 결정했다. CB로 조달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120억원, 신규사업 진출에 270억원, 기계설비 취득에 45억원, 원부자재 매입에 30억원, R&D 투자대금에 15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만기일은 2021년 8월 14일이며, 만기이자율은 2%다. 전환에 따라 발행되는 주식 수는 총 687만8761주다. 전환청구기간은 2019년 8월14일부터 2021년 7월14일이다. BW와 마찬가지로 CB도 발행 후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었다.
CB 발행 대상자는 박원진 씨 30억원, 케이씨투자조합1호 100억원, 스톤브릿지유니온 60억원, 젬앤컴퍼니 30억원, 와이즈얼라이언스 25억원, 벨에어인베스트먼트 25억원, 원진바이오에이치씨 30억원, 퓨어랩 30억원 등이다.
박원진 씨와 한국줄기세포뱅크의 지분율은 향후 더 높아질 수 있다. 박원진 씨는 CB 30억원치, 한국줄기세포뱅크는 BW 70억원치도 취득했기 때문이다. 박원진 씨는 CB의 전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내년 8월 14일부터 보유 주식을 더 늘릴 수 있다. 한국줄기세포뱅크도 BW의 신주인수권 행사가 가능한 내년 8월 14일부터 보유 주식을 더 늘릴 수 있다. 박원진 씨가 최대주주인 원진바이오에이치씨가 만일 내년 보유 중인 CB 30억원치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박원진 씨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된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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