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1000억개에 달하는 칩이 사용한 ARM 아키텍처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었다.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삼성전자가 자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고 있는 데다가 오픈소스 기반의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V’를 활용한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ARM 서버 칩 사업을 추진하던 퀄컴이 삐걱대면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서버 시장을 두드렸으나 인텔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데 그쳤다.
설계자산·특허(IP) 업체인 ARM은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대가로 라이선스와 로열티를 받는다. CPU 장악은 이미 끝났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 ARM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GPU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이 IP를 확보하고 있어서 사실상의 ‘큰손’은 삼성전자였다.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같은 중화권 업체도 있으나 무게감이 다르다.
물론 AP뿐 아니라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사운드, 컨트롤러 등 시스템온칩(SoC) 시장에서 ARM 아키텍처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대비할 목적으로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234억파운드(당시 약 35조26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인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IP 재설계, RISC-V와 같이 아키텍처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트렌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방산업 부진, 탄탄한 인텔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ARM이 새로운 아키텍처를 소개하면서 ‘노트북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다고 자랑한 것이 의아하게 받아들여 지는 이유다.
PC는 몇 년 동안 내림세를 겪은, 이미 조정이 끝난 시장이다. 이제 와서 성장동력으로 내밀었다는 것은 스마트 기기가 전통적인 노트북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RM은 오랫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 시대에 진입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으나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라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시스템 반도체 아키텍처의 변화가 ARM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과제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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