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어? 어? 환불됐어요!”
25일 오후 2시30분, 서울 삼성역 부근 위메프 본사 1층에 앉아 환불을 기다리고 있는 수백여명의 소비자들. 오전 9시 부근부터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일부 방문자들은 환불이 이뤄졌다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계속해서 빈자리는, 이제야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는 이들로 즉시 채워졌다. 무더운 날씨에도 위메프 본사 외곽을 둘러싼 인파 역시 상당했다.
이들 중 일부는 수분 내로 환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 끼니를 거르고 휴대용 배터리나 충전기를 가지고 오지 못했다. 또, 일부 방문자들끼리 서로 자리를 양보하고 맡아주며 편의점 김밥과 빵, 음료을 사와 나누기도 했다. 어린 딸과 현장을 찾아 오전 10시부터 대기했던 한 소비자는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해 더 이상 여기 있지 못할 것 같다”며 환불을 받지 못한 채 아이를 데리고 부리나케 빠져나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 소비자는 기자에게 충전기를 빌리며 “가족과의 일본 패키지 여행을 위해 노랑풍선 상품을 위메프에서 예약했고, 약 800여만원을 지불했다”면서 “지난 24일 위메프 본사를 찾았던 소비자들이 환불 처리를 받았다는 이야길 듣고 오전 10시20분쯤에 왔는데, 우선 접수를 완료한 채 환불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또 다른 남성 소비자는 푸시 알림으로 입금된 내역을 보여주며 나지막이 환불이 이뤄졌다고 알렸다. 그는 오전 9시20분에 도착해 조용히 환불을 접수하고 간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기다린 만큼 환불 받아 다행이지만, 피해를 입고 기다리는 또 다른 소비자들의 기운이 빠질 것 같아 빠르게 나가야겠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실제로 이곳에선 약 20분 간격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소비자가 종종 등장했다. 예컨대 하노이를 가기 위해 여행을 예약했었던 부부는 뛸 듯이 기뻐하며 위메프 본사를 빠져나갔다. 이럴 때마다 일부 소비자들끼리 축하의 목소리를 크게 전하며 “현장에서 친해졌는데 아쉽다”, “저도 빨리 환불을 받고 나가고 싶다”는 등 서로를 격려하거나 위로하고 부러워 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모두가 인내심으로 침착하게 대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처럼 위메프 현장 물건을 절도하려고 시도하는 이들 역시 다행히 없었다.
위메프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문서를 작성한 소비자들의 현장 접수를 받았고, 이후엔 QR코드를 통해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예약자 이름(예금주)과 위메프 계정 ID, 상품명, 예약번호, 계좌번호 등을 적고 피해금액까지 적어내야 한다. 위메프는 먼저 온 순서대로 환불 작업에 들어갔다.
위메프·티몬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오늘 중으로 환불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12시20분 위메프 본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연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환불에 대해 오늘 책임지고 완수하려 한다”며 “부수적 발생 피해들은 저희 회사와 큐텐이 같이 논의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티몬도 자사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환불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티몬 본사는 오후 3시 기준 문이 닫혀 있다.
노랑풍선은 8월 이후 출발 고객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취소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 주는 것으로 이날 결정했다. 만일, 여행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재결제 및 결제 취소를 지원하기로 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최근 티몬 및 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여행사의 피해 규모에 대한 근거 없는 수치가 확산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당사의 전체 여행알선수입 가운데 해당 플랫폼 두 곳에서 발생되는 매출은 불과 3% 내외로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잘못된 정보가 곧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킴과 동시에 여행업계에 2차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티몬, 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 및 판매자가 신속히 민원을 접수할 수 있도록 민원접수 전담창구를 설치,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금감원은 상품권 및 여행상품 등 결제 관련 신용카드회사 등에게서도 고객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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