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플랫폼 자율규제’로 선회한 가운데, 오픈마켓과 배달앱 등 이용자 보호 관련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 소비자·이용자 분과 1차 회의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는 킥오프 회의로, 이날 세부 안건과 구체적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플랫폼 자율기구는 민간 주도형 정부 지원 형태로 디지털플랫폼 부작용을 해소하는 자율규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됐으며 ▲갑을 분과 ▲소비자‧이용자 분과 ▲데이터‧인공지능(AI) 분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분과로 나뉜다.
이중 소비자‧이용자 분과는 지난달 19일 출범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 실무 분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정책 지원 역할을 맡는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개인정보보보위원회 등 정부 관계부처도 회의에 참석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온라쇼핑협회 ▲인터넷기업협회 등이 참여했다. 소비자단체들과 학계 전문가들도 자리했다. 민간 플랫폼 사업자, 관련 협회,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모여 플랫폼 소비자·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는 설명이다.
회의는 소비자‧이용자 측이 제안한 자율규제 사항들을 플랫폼 업계‧협회가 함께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언급된 논의 희망 주제는 지난 7월 소비자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선정됐다.
공통 주제로는 ▲플랫폼 소비자 관련 자율규제 관리 방안 ▲자율조정(중재) 기구 설립 ▲알고리즘 검증위원회 구성이 꼽힌다. 불법 콘텐츠 및 표시‧광고 관련 책임, 데이터 수집‧이용 등에 관한 자율규약이나 지침을 마련하고, 법률가‧전문가‧소비자단체‧사업자 등 제3자가 참여하는 분쟁해결기구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알고리즘 검증위원회는 전문가가 순위, 이용후기, 판매랭킹 등 노출 알고리즘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결과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배달앱 부문에서는 식품 안전‧위생 관련 소비자 제공 정보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작성한다. 수수료, 광고비, 배달비, 최저 가격 설정 등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점도 요청했다. 수수료 증가로 배달‧포장‧매장 가격이 다른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적정 수수료 산정기준이나 부과 내역 등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주제 후보들은 다른 분과들에서도 다루고 있어 중복 소지가 있다. 수수료는 갑을 분과에서, 알고리즘은 갑을분과 및 데이터‧AI 분과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특히 수수료 문제는 민감한 주제다. 지난 갑을분과 킥오프(1차) 회의 때 판매수수료 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상호 격양된 분위기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소비자단체 측은 수수료를 무조건 인하해야 하고, 플랫폼 측은 근거와 사례를 검토 후 수수료에 대해 논의하자는 입장이며, 정부는 민간사업자 수수료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오픈마켓 부문에서는 ▲판매자에 대한 소비자 보호 교육 ▲소비자 신뢰도‧만족도 평가 ▲다수 소비자 피해 발생 때 책임 분산 방안이 주제로 나왔다. 머지 포인트 사태처럼 오픈마켓 관련 다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피해구제 기금 도입 등 소비자 피배 일부라도 오픈마켓이 부담하자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주제 후보들을 검토한 후 향후 순차적으로 세부 의제들을 정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고려대 권헌영 교수는 “소비자·이용자 보호를 위한 플랫폼 자율규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 원활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플랫폼과 소비자·이용자 양측이 지속적 협의를 통해 자율규제 필요사항들을 적극 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 측에서도 자율기구가 민간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 창구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분과 운영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갑을분과 다음 회의는 오는 27일 개최 예정이다. 수수료와 광고비, 이익공유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