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윤석열정부 ‘온라인플랫폼’ 규제 방향은 ‘자율규제’로 변화했다. 윤 정부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플랫폼 자율규제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특히 적극적이다. 지난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를 강조해온 모습과 대조적이다.
플랫폼 업계는 규제 강화가 아닌 자율규제를 정부가 앞장서서 외치고 있다는 점을 우선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규제를 위한 합의 기구 및 가이드라인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목적을 잊고 이름만 ‘자율’인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디지털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법제도TF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당근마켓 ▲강남언니 ▲인터넷기업협회 ▲온라인쇼핑협회 ▲11번가 ▲지마켓 ▲무신사 ▲구글코리아 ▲메타(페이스북) 11개 플랫폼 사업자와 법률·행정 전문 교수 및 연구기관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과기정통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위,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후속 조치다.
과기정통부는 법제도TF를 통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등을 거쳐 최종안을 연말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민‧관 합동 자율규제기구를 설치하고 실효성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자율규제기구가 가이드라인 제정 및 분쟁조정 등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정부는 최소한 관리 역할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플랫폼 업계는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기구지만, 상황에 따라 이 기구 자체가 규제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이 정말 중요하다”며 “정부 자율규제 기조를 환영하지만, 새로운 규제가 생기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플랫폼 자율규제 논의 초기 단계이지만, 다양한 부처가 연관돼 있다 보니 부처 간 이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자칫 정부부처 간 고래싸움에 플랫폼 등만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업계는 플랫폼 규제 권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공정위와 방통위, 각 국회 상임위 간 신경전을 경험했던 바 있다.
다만, 이번엔 기획재정부가 이번 정부 규제 혁신에서 중점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범부처 경제 규제혁신 TF 공동팀장을 맡고 있으며,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도 기획재정부가 총괄한다. 지난 정부 때부터 플랫폼 산업 주무부처로 규제와 진흥을 함께 논의하자고 주창한 과기정통부는 전면에 나섰다.
사실상 백지화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제정한 공정위도 현 정부 기조에 발맞춰 플랫폼 자율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공정위는 플랫폼 자율기구 내 갑을‧소비자분과 첫 회의를 이번달 열고,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소비자 등과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한다.
공정위는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디지털플랫폼 분야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정위는 “과점 플랫폼의 경쟁제한행위 감시 및 법집행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거래상지위를 남용한 입점업체 대상 불이익 제공행위 감시 및 자율적 거래관행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자율규제 취지가 잘 지켜지기를 바란다”며 “정부에서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은 많이 했지만, 자율규제에 대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다. 보이지 않는 규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