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정부의 플랫폼 산업에 대한 자율규제 방침이 공식화됐으나 여전히 시행 방향성이 구체화 되지 않은 상황이다. 자율규제에 대한 개념이 매우 포괄적이고 적용 방식도 매우 다양해 이를 해석하는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일률적인 모델 적용보다는, 각 플랫폼 성격과 유형에 적합한 자발적인 자율규제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 디지털경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22일 디지털 이코노미 뷰(Digital Economy View, 이하 디지털경제전망)를 창간하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디지털경제전망은 디지털 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하고 새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간행물이다. 첫 번째 주제인 ‘왜 자율규제인가?’라는 질문하에 ▲플랫폼 산업에는 자율규제가 필요하다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따른 합리적 규제 정책 추진방안 ▲해외 자율규제 사례에 비춰 본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의 모색 ▲디지털 전환 시대, 혁신과 규제의 균형점을 찾아서 등 4가지 세부 논의가 담겼다.
연구소는 간행물을 통해 “자율규제 모형은 완벽하게 민간 영역이 스스로 규율을 만들어 준수하는 형태부터 정부가 자율규제의 틀이나 내용에 개입하는 형태까지 다양하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서로 얼마나 주도권을 가지는지, 또 이용자 의견이 얼마나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지에 따라 자율규제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율규제는 정부 규범 제정 개입 정도에 따라 ‘자발적 자율규제’, ‘명령적 자율규제’, ‘승인적 자율규제’, ‘강제적 자율규제’로 구분된다. 국가의 직간접적 개입이 전혀 없는 자발적 자율규제에서 추후 국가가 법규상 규제를 행할 수 있는 강제적 자율규제로 갈수록 기업 자율성은 낮아진다. 네 가지 자율규제 유형 중 자발적 자율규제를 제외한 유형을 ‘공동규제’로 보는데, 공동규제란 정부 개입을 전제로 하는 자율규제 방식을 의미한다.
연구소는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윤석열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자율규제 의미와 전망’을 인용하며 “공동규제도 자율규제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규제의 행위자를 민간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강압적 자율규제처럼 명목상 자율규제 형식만 취하고 실제로는 또 다른 형태의 정부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힘을 갖게 되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이용자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할 유인이 크며, 따라서 정부의 강제보다 이용자 반응에 따른 자생의 노력이 더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환경에서는 이용자 평가가 더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며, 자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주도적으로 개선하는 체계를 구축해 정부가 규율하기에 앞서 민첩하게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소는 “플랫폼산업은 경직적이고 국가의 테두리 내에서만 집행되는 공적규제의 대안으로 자율규제를 도입하기에 적합한 특성을 지녔다”며 ICT 분야의 빠른 변화는 경직적인 공적 규제를 통해 포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자율규제는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고 각 산업이 처한 상황과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에 기존에 이미 도입된 자율규제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기보다는 인터넷산업이 가진 빠른 속도와 글로벌화 수준, 전문성 등이 고려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소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규제가 “사업자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결국 제대로 자율규제를 구현하기 위해 규제를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를 민간에 이양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간행물에는 디지털경제연구소를 비롯해 계인국 고려대 교수, 선지원 광운대 교수, 안준모 고려대 교수 등 학계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