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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베니트 “제조DX는 어렵다? ‘데이터’로 한계 극복…대외사업 공략 박차”

[인터뷰] 코오롱베니트 정상섭 상무

최근 경기 과천시 본사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코오롱베니트 정상섭 DX본부장(상무)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최근 경기 과천시 본사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코오롱베니트 정상섭 DX본부장(상무)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제조 산업에서 ‘스마트팩토리’란 개념이 나온 지도 벌써 수십년 전.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까지도 제조 분야 디지털전환(DX)은 더디게 흘러왔다. 제조 공정의 복잡성과 톱다운(하향식) 의사결정 구조 등으로 인해, 제조DX가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프로젝트에 그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조DX 핵심은 결국 ‘생산성’이다.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며 비용효율적인 예측값을 내야 한다. 문제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기만 해서 될 게 아니라 현장의 각기 다른 데이터들로 전체 제조 공정을 재현할 수 있도록 연결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코오롱베니트는 이 같은 데이터 연결의 중요성에 주목한 제조DX 파트너다. 지난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제조DX사업 조직과 빅데이터사업(데이터플랫폼) 조직을 통합한 ‘DX본부’를 출범한 것도 그래서다. 코오롱베니트 DX본부는 그동안 그룹사 제조DX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적극적인 대외사업 확대까지 선언한 상태다.

최근 경기 과천시 본사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코오롱베니트 정상섭 DX본부장(상무)은 “그동안 제조 산업은 현장 목소리를 배제한 톱다운 방식이 익숙한 데다 금융처럼 시스템 기반도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며 “이제는 제조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코오롱베니트는 그간 대내 사업을 통해 톱다운이 아닌 바텀업(상향식)으로 실제 제조 현장의 숙원과제를 풀 방법을 현업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그 결과 제조 현장 데이터들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둔 ‘커넥티드 데이터 시스템(Connected Data System)’을 자체 개발해 DX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커넥티드 데이터 시스템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코오롱베니트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종합 운영체계다. 제조 설비와 연동해 데이터를 실시간 취합·연결·분석하는 솔루션 패키지로 구성된 코오롱베니트의 자체 개발 ‘알코코아나(r-CoCoAn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정 본부장은 “‘커넥티드’라는 게 당연해보이지만 현장에선 막상 잘 되지 않는 이유가, 대부분 제조 현장의 설비들은 생각보다 폐쇄적이고 각 설비마다 벤더들도 제각각”이라며 “공정은 계속 진행돼야 하는데 설비 데이터는 초 단위로 누적된다”며 “이런 와중에 제품들이 어떤 공정을 지나 어떤 변수를 받는지를 분석하려면 데이터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것 이상으로 알고리즘적 연결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일관되고 통합적으로 DX를 수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커넥티드 데이터 시스템은 이러한 데이터 간 연결을 원활하게 제공하는 코오롱베니트의 차별화된 제조DX 전략 그 자체다. 그 기반인 알코코아나 플랫폼은 현장 실시간 데이터를 데이터포털과 데이터저장소(데이터레이크)을 통해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알코코아나 패키지는 SAP 전사자원관리(ERP) 기반 ‘생산계획관리(SPIC)’, 생산·제조·검사·재고·물류·출하 프로세스가 통합된 제조실행시스템(MES), 공정 설비 운전 데이터를 실시간 연결·수집·저장하는 ‘히스토리안(Historian)’ 외에도 ‘설비관리시스템(KAMS)’과 ‘제조경영계획관리(r-PLANNA)’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실제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이러한 방식을 적용해 첨단소재인 ‘아라미드’의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다양한 공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연결하고, AI 및 산업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최적 생산 조건(데이터)을 도출했다. 이에 맞춰 작업 방식을 재설정한 결과, 생산 및 품질검사 시간 단축,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이 실질적인 수익성 증대로까지 이어졌다.

정 본부장은 “지금까지 많은 과제를 수행하면서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 등을 KPI(핵심성과지표)로 삼아 측정해왔고, 그 기여도를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억 단위가 뽑아져 나온다”며 “단순히 숫자적인 측면보다도 제조 현장에서 정말 중요한 숙원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오롱베니트가 제조DX 영역에서 경쟁력을 자신하는 이유는 회사의 데이터 기술 역량이 그만큼 뒷받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5대 금융사를 포함한 금융권 및 현대·삼성·SK 등 주요 제조 기업 고객사를 확보한 코오롱베니트는 데이터 사업 진출 10년 만에 연매출 320억원을 달성했으며, 최근 “3년 내 국내 최고 데이터 전문기업 도약하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올해는 SAS·클라우데라 등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업들의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한편, 싱글스토어DB 국내 독점 총판사인 에이플랫폼과도 파트너십을 맺어 클라우드 네이티브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코오롱베니트가 빅데이터 분야에선 기술과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고 특히 1·2금융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서 가장 많은 대외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며 “실제 연간 15%씩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이 수준을 유지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데이터 기술력을 결합해 제조 분야에서도 대외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게 우리의 다음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베니트는 우선 DX 추진 레벨이 높지 않은 연속공정 제조 기업을 타깃으로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자동차·전자제품 등을 만드는 조립공정과 달리 화학·중공업 등 연속공정은 복잡성 등의 이유로 아직 DX 추진이 쉽지 않다. 코오롱베니트는 그러나 이미 그룹 내에서 화학·펄프·필름·바이오·모빌리티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계열사 DX 추진 경험을 십분 활용해 이 틈을 파고들 방침이다. 제조 DX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계획도 검토 중이다.

향후 제조DX가 기존 공장자동화 중심의 스마트팩토리 개념을 넘어 AI 기반 자율 의사결정이 가능한 ‘자율공장(Autonomous Factory)’으로 진화할 것인 만큼,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도 하고 있다. 알코코아나(r-CoCoAna)를 기반으로 실시간 데이터통합 및 AI 학습 모델을 구축하는 등 기술 개발과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AI 기반 자율 공정 운영을 목표로 공장제어자동화(RDE) 체계를 구축하고, 거대언어모델(LLM)을 확장시킨 비디오언어모델(VLM) 기반 진단 분석을 통해 생산과 품질 검사 효율성을 강화한다.

DX본부는 올해 제조DX와 데이터 사업 통틀어 20% 이상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대외 성과 창출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제조DX 분야에서 여러 경쟁사들이 있겠지만 대부분 그룹사 물량에 포커싱돼 있다면, 우리처럼 데이터 연결성에 주목하고 대외 시장에서 제조DX를 전문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은 우리밖에 없다고 본다”며 “기존 데이터플랫폼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 곡선을 가져가면서, 이제 시작될 제조DX 분야에서도 사업을 잘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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