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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 대표 크립토펀드 ‘해시드’의 미국 투자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NFT NYC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미국 뉴욕]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 ‘해시드’는 고유명사에 가깝다. 블록체인 투자사 또는 크립토펀드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해시드가 투자한 프로젝트들, 즉 ‘해시드 포트폴리오’는 이미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국내 기반 투자사이지만 한국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건 아니다. 2018년~19년경 해시드가 투자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미국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미국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해당 프로젝트의 창업자들과 직접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해시드는 미국 센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설립했다. 김백겸 해시드 수석심사역은 2019년 초부터 미국에 상주하며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 해시드는 모든 심사역들이 함께 투자를 결정하는 ‘원팀’ 체제를 지향하지만, 미국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나 투자는 사실상 그의 손을 거치는 셈이다.

김백겸 해시드 수석심사역.
김백겸 해시드 수석심사역.

◆2019년부터 미국서 소통…함께 커진 해시드 영향력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 컨퍼런스 ‘NFT NYC’가 열린 뉴욕에도 김백겸 심사역이 자리했다. 해시드 포트폴리오에 속한 프로젝트들이 이번 컨퍼런스에 다수 참여하기 때문이다.

김 심사역은 컨퍼런스 기간 중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해시드가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설립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해시드가 투자 저변을 넓히면서 지금은 포트폴리오 중 미국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3~40% 정도로 낮아졌지만, 2018~19년만 해도 70% 정도였다”며 “투자를 많이 하는 만큼, 미국에 누군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시드 창업 멤버인 김 심사역이 미국에 상주하게 된 배경이다. 더불어 큰 시장에서 해시드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각오도 함께 했다.

그렇게 투자한 미국 프로젝트 중 대다수는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플랫폼 dydx나 이더리움 확장성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케일랩스(Skale Labs), 가상자산 자산관리 프로젝트인 토큰세트(Tokenset)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해시드의 영향력도 성장했다. 김 심사역은 “초기 투자 기업들이 잘 돼서 아시아에서는 제일 큰 크립토펀드가 됐고, 미국에서도 a16z나 세콰이어캐피탈 같은 대형 벤처캐피탈(VC)들이 포트폴리오를 팔로우하는 펀드가 됐다”고 밝혔다.

◆해커톤서 발굴하고 팀 멤버 확인하고…해시드의 투자법

그렇다면 해시드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프로젝트에 어떻게 투자를 진행할까.

초기 스타트업을 어떻게 발굴하냐는 질문에 김 심사역은 “최근에는 해외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해시드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쌓였기 때문에 먼저 찾아오는 창업자들이 많다”며 이들과 꾸준히 소통한 끝에 투자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해커톤이나, NFT NYC 같은 대형 컨퍼런스를 통해서 발굴하기도 한다. 아마존 엔지니어 출신인 김 심사역은 개발 경력을 살려 해커톤에서 개발자를 발굴하고, 창업으로 이끌기도 한다고 전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만큼 큰 컨퍼런스나 해커톤을 활용하기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발굴한 스타트업에 최종 투자를 결정할 때 김 심사역이 유의 깊게 살펴보는 건 ‘멤버 구성’이다.

그는 “보통은 펀드가 투자를 결정할 때 창업자랑만 얘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해시드는 프로덕트매니저(PM)부터 디자이너까지 모든 멤버들을 다 알고 있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멤버들을 모두 살펴보는 이유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시장의 특징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기존 업계보다 투자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다. 예를 들어 투자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을 경우 투자사가 직접 노드(블록체인 상 네트워크 참여자)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자금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심사역은 “직접 빌딩(Building)을 할 수 있다 보니 접점이 다양해져서 모든 부분에서 같이 일하게 된다”며 모든 멤버들을 살펴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진 것에 비해, 그 안에 있는 인력 규모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에서 일하는 한 명 한 명이 모두 초기에 진입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그들이 미래의 창업자가 될 수 있다.

김 심사역은 “팀 멤버들을 전부 살펴보면서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 중, 직접 회사를 창업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미래 투자를 위해 멤버 구성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해시드 다음 목적지는 ‘인도’…엑시인피니티가 보여준 동남아의 가능성

미국 법인을 기반으로 투자 저변을 넓힌 해시드는 다음 목적지로 동남아시아를 공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해시드는 인도에 팀을 만들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김 심사역은 그동안 벤처캐피탈들이 동남아 스타트업에 선뜻 투자하지 못했던 이유를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이 바꿨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벤처캐피탈들은 바잉파워(구매력)가 약한 지역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 “동남아시아는 바잉파워가 약하다는 특징으로 인해 성공적인 IPO(기업공개)로 가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엑시인피니티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NFT NYC에서 발표하는 제프리 저린 엑시인피니티 공동창업자. 엑시인피니티는 해시드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다.
NFT NYC에서 발표하는 제프리 저린 엑시인피니티 공동창업자. 엑시인피니티는 해시드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다.
김 심사역은 “가상자산을 적용한 프로젝트들은 동남아의 바잉파워 자체를 키워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며 “엑시인피니티처럼 블록체인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하면 (동남아 사용자들의) 바잉파워 자체가 커지고, 이게 엑시인피니티의 성공 요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시인피니티가 필리핀에서 크게 흥행했듯, 이런 성공이 인도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게 해시드의 예측이다. 김 심사역은 “미국의 경우 바잉파워는 높지만 다른 서비스도 많기 때문에 특정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며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은 서비스 충성도가 높은 만큼 블록체인‧가상자산 서비스에 최적화된 시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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