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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나도 병에 걸렸었나’ 게임 질병코드가 위험한 이유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25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 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도입 결정이 논란을 빚었고 이후로 게임협단체 주도의 성명 발표와 긴급 토론회 개최가 잇따랐다. 게임업계에 폭풍우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다.

성명 발표 현장에서나 보도로 접한 게임인들은 질병코드 도입 찬성 측을 향한 ‘적대감’은 물론이고 ‘위기감’과 ‘억울함’, ‘무력감’, ‘자기반성 등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드러냈다.

현재 게임업계 전반이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여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시점이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란이 커지면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 위원회에 이어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도 게임을 의제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도 국회도 이번 논란에 주목했다. 조만간 정부와 국회를 무대로 도입 찬반을 다투는 난상토론이 벌어질 텐데, 게임업계가 이때를 진짜 위기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난상토론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청소년 보호 논리와 학부모의 반대 표심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온 것이다. 이번엔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게임 이용자층 가운데 극소수인 게임중독의 폐해를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산업 전체를 옭아매려는 시도에는 선긋기가 확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가 신중히 다뤄져야 할 이유는 게임산업의 미래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게임과몰입, 게임중독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져야 하겠지만 질병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게임이 좋아서 업계에 몸담게 된 대다수 사람들은 사회에서 흔히 얘기하는 게임중독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고 본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시간만 나면 게임을 했다. 주말엔 식사도 제 할일도 미루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한 적도 부지기수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가 도입된 상황에서 병원에 갔다면 의사 처방을 받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그러나 기자에겐 게임을 열심히 즐겼던 그 때가 성장기의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게임인들도 마찬가지 심정이라 본다. 그 당시를 중독으로, 질병으로 치부한다면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다 큰 어른뿐 아니라 자라날 아이들의 좋은 추억이자 기억까지 질병으로 대체해버릴 수 있다는 것에 질병코드의 본질적인 위험성이 있다. 누가 게임업계에 들어오려 할까. 게임의 미래가 질병코드 도입에 달린 셈이 됐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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