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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게임 때문에…” 이것만은 피해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가 확정될까. 세계보건기구(WHO)가 5월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등재된 국제질병분류11차개정안(ICD-11)을 승인할지 여부를 가린다. 현재 국내외 게임업계를 포함한 의학계,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계각층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를 두고 의료 전문가끼리도 의견이 갈리고 충분한 임상실험 없이 ICD-11에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점, 개인의 성향이나 특성 그리고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더 필요한 점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단 ICD-11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당장의 파장은 없다. WHO가 2022년부터 각국 보건당국에 ICD-11을 권고하게 된다. 여기에 5년간 과도기를 더 부여한다는 단서 조항도 있어 의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질병코드 도입은 더 늦춰질 수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낙인 효과’다. 지난 2013년에 게임을 마약과 알코올, 도박과 같은 중독물질로 규정한 이른바 4대 중독법이 발의된 사례를 되짚어본다면 질병코드 확정 이후 게임이 중독물질 또는 질병의 원인인양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 전문가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경민 서울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게임이용장애 심포지움에서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화 하자는 것은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데 체계적인 분류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이를 두고 질병코드가 등재됐으니 병이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을 넘어 음험한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질병코드의 오남용과 과잉 의료화 등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게임을 과도하게 즐기는 청소년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학교나 가정 내 불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민하기보다 게임이용장애를 원인으로 판단하는 등 쉬운 진료가 가능해질 것을 예상한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선 범죄자가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거나 사회적 의무 회피에 게임을 악용하는 등의 ‘병적 이득(moribid gain)’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업계가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경우다.

앞으로 게임이 가정과 사회의 주된 걱정거리로 치환(置換)되진 않을지, 손쉬운 규제 대상으로 전락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게임엔 죄가 없다. 앞으로 게임에 원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움직임엔 게임업계도 관련 전문가들도 단호히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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