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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 않던 게임 개발자들도 발끈’ 질병코드 도입 강력 반대

-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질병코드 부여 전 한 목소리 못해 아쉬워…이제부터라도 적극 나설 것”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을 겨냥한 웬만한 부정적 이슈에도 꿈쩍 않던 게임 개발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가 승인된 이후 국내 도입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만큼은 막아야한다는 게 게임 개발자들의 입장이다.

28일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국내 여러 개발자 그룹들과 경기도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엔 한국게임개발자협회와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한국인디게임협회는 물론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도 자리를 함께 했다.

개발자들은 게임에 대해 ▲대중과 함께 숨쉬는 콘텐츠 ▲창의적인 콘텐츠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콘텐츠 ▲예술적 가치를 포함하는 콘텐츠라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부여되기 전에 조치할 수 있었음에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낸 뒤 “이제부터라도 보건복지부의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도입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훈 한국인디게임협회장은 질병코드 등재가 “문화 콘텐츠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가스렌지나 토치를 방화 도구라고 하지 않듯 게임은 모두가 즐기는 문화 콘텐츠인데 각종 사고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면서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최 협회장은 “게임이 중독물질로 낙인찍히면 업계도 안전한 콘텐츠만 생산할 것”이라며 “결국 게임 유저의 선택도 적어질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노동조합 지회장들도 목소리를 냈다. 배수찬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지회장은 “게임을 중독물질도 보는 것에 대한 명확한 실체를 찾기 어렵다”면서 “정말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면 누구보다 게임을 사랑하고 개발하는 개발자야말로 심각한 중독 환자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지회장은 “최근 발생하는 사회 문제 원인에 대해 단순히 게임 탓만 하고 있다”며 “직무유기를 게임에 덮어씌운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차 지회장은 또 “이번 질병코드 부여가 과거 무분별하게 실행됐던 전두엽 절제술 같은 결과를 초래할까 두렵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유관 기관들의 재고를 촉구했다.

전명진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회장은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부모 중에 ‘우리 아이가 게임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며 게임을 백해무익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이가 많다”면서 “우리 아이 그리고 게임 유저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이해하고 문화를 공감하는 것”이라고 기성세대의 태도 변화를 언급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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