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오전 선거관리위원회가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제19대 대선 개표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를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함에 따라 신임 대통령 임기를 곧바로 시작하게 됐다.
가장 큰 현안은 역시 경제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경제민주화 대신 성장을 내세우며 이른바 ‘J노믹스’를 언급한 바 있다.
J노믹스는 단어 자체에 큰 의미는 없다. 그저 문‘재’인의 제이(J)와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일 뿐이다. 겉으로는 경제민주화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포장되어 있지만 핵심은 성장과 분배의 균형추를 적절히 조절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장은 분배보다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 4단체(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협회)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 ‘최소·자율’ 규제와 함께 ‘단기적 고통’을 통한 지속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J노믹스 정책과는 별개로 이제껏 더불어민주당이 보인 움직임은 관련 산업에서 우려를 내비칠 정도로 괴리감이 있다. 대표적으로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 MSDS)에 관련된 내용이 있다. ‘MSDS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도입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사전에 파악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첨단산업 경쟁력 저하에 우려=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산업은 미세공정의 한계와 갈수록 난이도와 높아지는 연구개발(R&D) 비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영업비밀이 우선시되고 있다. 새로운 재료를 하나만 개발해도 경쟁사와 큰 차별성을 보일 정도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MSDS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가 시행되면 국회에 화학물질에 대한 내용을 숨김없이 모두 공개해야 한다. 더구나 외부에 알리기까지 해야 한다.
첨단산업은 특정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영업비밀이다. 더구나 이 재료를 얼마나 썼는지까지 밝히라는 것은 기업의 모든 생산공정에 관련된 핵심정보를 내놓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경쟁국이나 경쟁사가 악용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MSDS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장비와 화학물질 등의 정보를 외부로 흘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는 모든 화학물질을 심사받아야 한다. 설사 영업비밀로 간주됐다고 하더라도 유효 기간은 3년에 불과하다. 9년이 지나면 하나도 빼놓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시대흐름에 역행=더 우려스러운 점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치르면서 목적성이 분명한 외부 단체와 정책협약서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죽음의 사업장’으로 표현해 물의를 일으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만 하더라도 지난 7일 ‘산업안전을 위한 알권리 보장과 사업주 책임강화를 위해 유해화학물질 공개에 관한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정책협약식을 가졌다.
결국 MSDS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와 맞닿아 있다. 반올림은 강병원 의원과 함께 호흡을 같이하며 꾸준히 물밑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첨단산업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 1위 품목은 반도체였다.
산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는 결국 기업이 인력채용을 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내수 투자를 극도로 회피하고 해외로 나가는 정책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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