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케이블TV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덧 지상파 콘텐츠를 위협할 수준을 넘어 시장의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 콘텐츠 위상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여전히 전체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종영한 CJ E&M의 '응답하라 1988'은 평균 시청률 18.6%를 기록하며 방송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단순히 시청률 뿐 아니라 검색, 뉴스, 화제성, 광고 몰입도까지 전체적인 측면에서 지상파 프로그램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으로 개발한 콘텐츠 파워 측정 모델인 콘텐츠파워지수(CPI)에서 '응팔'은 이달 1, 2일 결방을 제외하곤 8주 연속 CPI 1위를 기록했다.
물론 '응팔' 하나만 놓고 케이블 콘텐츠의 위상을 말할 수는 없다. CPI는 지상파 3사와 CJ E&M 콘텐츠만을 비교하고 있는데 CJ 콘텐츠는 통합지수 TOP 50에 무려 11개의 콘텐츠를 올렸다. 이는 MBC 콘텐츠 수와 동일하다. SBS가 15개로 가장 많고 KBS2가 13개로 뒤를 잇고 있다. CJ표 콘텐츠가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이 됐다는 얘기다.
만약 CPI에 종합편성 채널, 특히 JTBC 콘텐츠가 포함될 경우 지상파들은 더 많은 지분을 케이블 콘텐츠에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히든싱어', '슈가맨', '냉장고를 부탁해', '썰전' 등은 이미 만만치 않은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방송산업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14년 지상파방송 광고시장 규모는 1조9013억원으로 전년대비 8.3% 감소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의 점유율도 57.8%로 1.8%p 축소됐다.
한류를 앞세워 콘텐츠 수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부진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다. 방송의 디지털전환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는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재송신 및 VOD 대가 분쟁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광고매출 축소로 인한 새로운 수익원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해결하려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가격인상 이유로 “콘텐츠 제값받기”를 들고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가치(시청률)이 떨어졌는데 가격을 올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방송통신 시장의 핫이슈였던 700MHz 주파수 논란 역시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통신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이동통신 용도로 할당하고 있지만 우리만 정치권 등이 나서 700MHz 일부를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할당했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도구(주파수)마저 사라질 경우 향후 유료방송과의 협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언론노조 기자간담회서 채수현 언론노조 주파수공공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은 “VOD가 됐던 재송신이 됐던 (유료방송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유통망이 없으면 가격을 낮춰서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을 제어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VOD 협상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예전처럼 협상의 주도권을 쥐었다. 아직 케이블TV와 협상이 남아있지만 VOD 가격인상에 가입자당매출(CPI) 방식 전환 등은 케이블TV도 수용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유료방송에 다소 유리한 판결이 잇달아 나온데다 IPTV와 케이블TV가 공동대응하는 모습들이 나타나며 지상파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상파 콘텐츠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방송시장에서 강자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실TV에서 PC, 스마트폰 등으로 다변화되는 시청행태에, 젊은층들의 자유분방한 케이블 콘텐츠 선호 성향 등을 감안할 때 ‘절대적 강자’로 불리기는 힘들어질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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