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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진짜 업적은 따로 있다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지난주 IT업계의 큰 별로 추앙받던 애플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면서 그의 일생과 제품 등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KBS스페셜에선‘iSad 스티브 잡스(1955~2011)’라는 주제로 스티브 잡스의 일생을 다시 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언제부터 애플이 우리에게 이러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느냐’라는 부분일 것입니다.

국내에서 애플의 위상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불과 2년전입니다.

 

지난 2009년 애플 아이폰3Gs가 국내에 출시되면서‘애플’이라는 기업이 재조명된 것입니다.

그전까지 국내에서 애플 제품을 쓰는 사람들은 일부 애플 아이팟 시리즈를 사용하던 얼리어답터, 디자인 계통 종사자, 개발자에 국한됐습니다.

이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가장 큰 업적이 아이튠즈, 앱스토어, 아이폰 등에 맞춰져있으나 저는 스티브 잡스가 1990년대 말 무너져가는 애플을 ‘어떤 제품’으로 되살렸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어떤 제품’에 대해 이야기해 볼 까 합니다.


◆스티브 잡스, 최초의 GUI 운영체제를 만들다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과 함께 애플을 공동 창업했습니다. 그는 개인용컴퓨터 애플I를 시작으로 개인용컴퓨터 애플Ⅱ를 만들어 시장에 내놨습니다.


이후 1984년 시스템(System, 현 OSX) 운영체제(OS) 기반 매킨토시(Macintosh)를 내놓으면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보급을 선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었던 GUI 기술을 훔쳐서 매킨토시를 내놨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실제로 1983년 스티브 잡스는 천재화가 피카소의 말을 인용 “훌륭한 예술가는 남의 작품을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남의 작품을 훔친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 시스템 GUI를 본받아 윈도3.0을 내놓기도 했죠.

스티브 잡스는 기업 혁신(이윤 추구, 판매 촉진 등을 위한)을 위해 당시 펩시의 사장이었던 존 스컬리를 영입합니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잡스가 던진 “언제까지 설탕물만 팔 것이냐”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죠.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컴퓨터의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매킨토시를 시장에 내놨으나 ‘애플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서는 매킨토시의 가격을 더욱 내려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이사회로부터 경질을 당합니다.


 


◆쫓겨난 스티브 잡스, 소프트웨어로 새롭게 도전하다

1985년 자기가 만든 회사, 자기가 영입한 사람들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솔루션 회사인 넥스트(NeXT)사를 세워 세계 최초의 객체지향OS 넥스트스텝(NeXTstep)을 개발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는 1997년 애플에 인수됐고 넥스트가 개발한 넥스트스텝은 당시 경영난에 허덕이는 애플을 구하고 지금 OSX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어떤 제품’이 바로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스텝 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넥스트스텝이 없었다면 애플은 경쟁사인 IBM, HP에 인수됐을 것이고 지금의 아이폰도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잡스 없는 애플, 경영난에 허덕이다

다시 돌아와서, 1990년대 중반 애플의 경영난에 대해 잠깐 설명하겠습니다.

1994년 애플은 매킨토시용 OS인 시스템7을 업그레이드 하기위해 ‘코플랜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 대표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높아지고 경쟁사인 MS가 다양한 기능을 담은 운영체제를 내놓자 조바심이 난 거죠.

당시 시스템7에는 멀티태스킹과 같은 기능이 탑재되지 않아 사용자들의 불만이 쇄도했습니다. 경쟁제품이던 윈도95는 시스템7이 지원하지 않는 수많은 기능을 담고 있었습니다.

코플랜드는 메모리 보호나 선점형 멀티태스킹을 비롯해 당시 하드웨어의 성능을 뽑아낼 수 있는 기능이 담길 ‘예정’이었던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나 개발하는 도중 난관에 부딛쳤고 이는 애플에게 있어 최악의 재정난을 불러오게 됩니다.

이후 애플은 코플랜드를 1996년 8월에 공식적으로 취소하고 시스템7의 마이너업데이트를 통해 맥OS8(이때까지 클래식 맥 체계)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습니다.

 

물론 맥OS8은 형편없는 OS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MS 윈도95에 비교했을 때 정말 ‘이게 OS야?’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가히‘애플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스, 넥스트스텝으로 애플을 회생시키다.

애플은 위기가 지속되자 1996년 12월, 스티브 잡스가 만든 넥스트사를 인수합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객체지향OS 넥스트스텝을 노린 것이죠.

코플랜드가 제대로 출시되지 못하자 다른 회사의 OS를 매킨토시용으로 포팅해서 내놓을 생각을 한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의 피인수를 통해 1997년 임시 CEO자리에 다시 복귀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습니다. 월가를 비롯한 IT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플이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잡스가 임시 CEO에 오르고 1년이 지난 뒤 애플의 분위기는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1997년 애플은 맥OS8, 소나타를 발표하고 같은해 10월 랩소디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애플의 이미지를 다시 각인시킵니다.

이듬해 애플은 맥월드 엑스포에서 1/4분기 4700만달러 흑자를 발표하고 아이맥을 내놓습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애플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마 스티브 잡스가 1998년에 랩소디와 아이맥(iMac)을 내놓지 않았더라면 애플은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후 2001년, 애플은 넥스트스텝을 매킨토시용으로 포팅한 OSX을 내놓고 지금까지 8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2001년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정식 CEO로 취임한 해입니다.

CEO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애플은 아이팟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입니다. 사실 지금의 그의 이미지는 이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즉, 지금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의 9할 이상은 2000년대 그가 발표한 것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애플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튠즈, 앱스토어, 아이팟이 아닌 넥스트스텝에 있다고 봅니다.

스티브 잡스가 다시 CEO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한 기회였고, 애플의 분위기가 반등될 수 있었던 제품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민형 기자 블로그=인터넷 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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