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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AI컴퓨팅센터 점검]⑤ 사업자는 최소 2045년까지, 정부는 언제든 청산 가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빅테크들과 함께 앞으로 4년간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국가 AI 패권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이에 우리 정부도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으며, 민관 합작 최대 2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참여를 타진하는 사업자들 사이에선 아직 기대보다 우려가 읽힌다. 이들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 ‘디지털데일리’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을 둘러싼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민관합작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을 놓고 사업자들이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사업참여계획서 제출 기한은 오는 5월30일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나, 기업들 사이에선 선뜻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는 망설임이 엿보인다.

이러한 망설임의 기저에는 예측불확실성이 있다.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은 센터 개소 이후에도 최소 2045년까지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사실상의 의무가 부여되는데, 실제 AI 기술 발전 속도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 수급 문제를 감안했을 때 당장 내년 상황도 담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배포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공모신청자는 2045년까지 경쟁력 있는 AI 컴퓨팅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서비스 구성방안 및 과금체계 등을 제시해야 한다.

당초 이 사업은 1엑사플롭스(EF) 이상 연산 성능을 갖춘 국가AI컴퓨팅센터를 오는 2030년까지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정부는 국가 AI 인프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센터 개소 시점을 2027년으로 앞당기고 심지어 올해 안에 AI컴퓨팅 서비스를 조기 개시하길 원하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선 서비스 조기 개시 시점부터 2045년까지 향후 20년간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최소 2045년까지 국가AI컴퓨팅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는 사업자만이 공모에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 수십년간의 사업을 담보하기에는 AI 수요가 너무나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민간 사업자로선 적정 수요가 보장되지 않으면 막대한 지출을 감행하기 어렵고, 정부도 이 점을 고려해 추후 공공 AI 사업 수요를 모두 국가AI컴퓨팅센터에 집중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약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모 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는 2045년까지의 사업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2045년까지는 공공 AI 수요가 확실히 보장되는 것이냐고 하면 또 정부는 그건 알 수 없다고 한다”며 “당장 내년 전망도 불확실한데 십수년 뒤를 누가 담보하겠나”라고 전했다.

반대로 정부는 언제든지 기업에 사업 청산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공공과 민간이 각각 51%와 49% 비율로 최대 2조원을 투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주체가 되는데,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이 SPC를 청산할 시에 공공 참여자는 민간 참여자 앞으로 출자금의 현금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민간 참여자는 이러한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정부가 향후 국가AI컴퓨팅센터를 완전히 민관으로 이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참여를 준비 중인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일단 처음에는 정부 몫 지분 51%로 시작하되 나중에 정부가 희망하는 시점에는 SPC 청산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며 “정부가 SPC 청산을 요구할 시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사업자가 직접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컴퓨팅 인프라라는 게 정부가 계속해서 끌고 가야 하는 성격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며 “당연히 청산 여부는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에나 논의될 수 있는 것이고, 이제 공모를 시작한 현 시점에서는 최대한 사업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책임감을 갖고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청산 옵션 자체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기업 입장에선 추후에 어떤 정치적 상황이나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 방향이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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