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2조원 규모 민관합작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업 참여를 타진하는 국내외 기업들과 지역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이날 오후 2시 비공개 설명회를 진행한다. 현장에는 과기정통부와 정책금융기관으로 참여하는 산업은행 외에 100명 이상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자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에 대한 사업참여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약 100여곳이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공모지침서를 전달한 상태다.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복수의 클라우드·통신 사업자 간 컨소시엄 구성 시 우대한다’는 조항이 있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및 국내외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물밑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국가AI컴퓨팅센터에 대한 언급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번 사업은 해외 기업에도 문이 열려 있는 만큼 참여가 유력한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함기호 한국지사 대표는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에 대해 “정부 관계자와 긴밀히 커뮤니케이션 중”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AWS와 클라우드 분야 파트너십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영상 대표가 “국가AI컴퓨팅센터는 정부가 야심차게 하고 있어서 우리도 정부 정책에 부응하려는 생각이 있다”며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어 아직 결정은 못 내렸지만, 국가AI컴퓨팅센터와도 핏이 맞다면 같이 접합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장 수용이 가능한 하이퍼스케일급 AI데이터센터(AIDC)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그 절반인 3만장 GPU 수용이 가능한 국가AI컴퓨팅센터를 더해 약 10만장의 GPU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업자들과 더불어 지자체들도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AI컴퓨팅센터를 반드시 비수도권에 설립해야 한다고 못을 박은 덕분에 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하고 싶은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NHN클라우드와 손잡고 ‘국가AI데이터센터’를 구축한 경험이 있는 광주광역시는 물론, 대구광역시와 경북 포항시 등이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북도, 충청남도, 강원특별자치도 등도 후보로 꼽힌다.
다만 아직 사업 공모 초기인 만큼 실제 사업 참여 의지를 가진 곳들을 가려내긴 이른 단계다. 현재 100여곳이 사업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곤 하지만, 의향서를 냈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허수’도 많을 것이란 전언이다. 또한 개별적으로 의향서를 제출했더라도 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려면 컨소시엄을 이뤄야 하는 만큼, 최종적으로 사업참여계획서를 제출하는 수는 확 줄어들게 된다.
특히 사업자 입장에선 유영상 대표가 언급한 ‘까다로운 조건들’로 인해 선뜻 사업 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AI 수요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과 정부 출자 최대 2000억원 외에 2조원 투자 대부분을 민간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 정부 주도 사업인 만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둘 수 없다는 점, 외산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산 AI반도체를 의무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우려점으로 꼽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첫 번째 사업설명회의 경우 공개적인 자리였던 터라 개괄적인 내용만 소개됐었는데, 이번 비공개 설명회에서는 공모지침서를 토대로 더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5월에는 사업참여계획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 등을 생각하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국가AI컴퓨팅센터는 공공과 민간이 각각 51%와 49% 비율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최대 2조원을 투입해 1엑사플롭스(EF) 이상 규모 GPU를 수용하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정책금융을 동원해 2조5000억원까지 저리로 대출해줄 계획이며, 민간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면 최대 2EF 규모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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