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e비즈*솔루션

[국가AI컴퓨팅센터 점검]① 2조원 쏟아붓는데…‘AI 수요’ 그만큼 될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빅테크들과 함께 앞으로 4년간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국가 AI 패권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이에 우리 정부도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으며, 민관 합작 최대 2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참여를 타진하는 사업자들 사이에선 아직 기대보다 우려가 읽힌다. 이들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 ‘디지털데일리’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을 둘러싼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국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이 닻을 올렸다.

사업 공모는 지난달 23일부터였지만 사실상 지난 7일 사업설명회가 출발점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주도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는 수백명의 참석자들이 몰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으나, 실제 사업 참여를 타진하는 사업자들 사이에선 여러 우려들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과 관련해 가장 큰 우려는 AI 수요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민간 사업자 입장에선 적정 수요가 보장되지 않으면 선뜻 막대한 지출을 감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은 민간 컨소시엄을 선정해 공공과 민간이 각각 51%와 49% 비율로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이 SPC 주도로 최대 2조원을 투입해 1엑사플롭스(EF) 이상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용하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정책금융을 통해 2조5000억원까지 저리로 대출해줄 계획이며, 민간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면 최대 2EF 규모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1EF는 엔비디아 첨단 GPU ‘H100’을 1.5만장 사용할 수 있는 성능 수준으로, 국가 AI컴퓨팅 센터가 설립되면 국내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부는 AI 핵심 인프라인 GPU를 연내 1.5만장, 2027년까지 3만장 규모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향후 적정 AI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 시점에서도 국내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고 있고, AI 관련 기술 혁신과 GPU 공급 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업이 AI 모델 학습을 위해 필요치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져다 쓰게 되는 사례들도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AI 수요가 남아돌지 부족할지를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국가 AI컴퓨팅 센터가 구축이 되면 공공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들은 이곳을 통해 이용하게끔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 공공 AI 사업 수요를 모두 국가 AI컴퓨팅 센터에 집중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수요 문제에 대한 염려를 잠재울 수 없다는 시각이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1EF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양을 봤을 때 자체적으로 수요가 있어서 알아서 돌릴 수 있는 큰 규모 기업이 아니면 그 정도 수요를 끌어오기 힘들다”며 “수요를 명확히 하려면 정부가 올해 또는 내년에 어느 정도의 수요를 확보해줄 건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마저 공공 사업은 저렴하게 해줘야 하니 다른 쪽은 비싸게 받아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 수요가 안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즉, AI 수요를 둘러싼 정부와 민간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입장차기도 하다. 정부는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공공·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 등의 AI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그래서 서비스 요금도 저렴하게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야 민간 AI 수요가 더 중요한 게 사실이다. 공공 사업의 경우 크게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부분을 상쇄할 정도로 나머지 수요가 뒷받침되겠냐는 지적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 디지털데일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 디지털데일리]

정부가 장담한 공공 수요 자체도 불확실성이 없지 않다. 추후 정부 정책 또는 부처별 추진사업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예컨대 현재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주도로 진행 중인 공공 AI 사업 대부분이 최근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영하는 민관협력형(PPP) 정부 데이터센터인 대구센터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대구센터의 경우 기본적으로 일부 원격관제를 제외하고는 외부 시스템과의 연결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점을 들어 “지금 행안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기반 구현 사업’이 PPP로 갈텐데 그럼 대구센터에서 구축되는 시스템이 국가 AI컴퓨팅 센터 GPU를 쓸 수 있게 연계가 가능하냐, 이 부분이 명확치 않다”며 “결국 정부 정책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우선 이달 말 오후 5시까지 사업참여의향서 접수를 받은 후 의향서를 제출한 컨소시엄만을 대상으로 공모지침서를 보낼 계획이다. 관련 업계는 공모지침서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업설명회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공모지침서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일단 사업참여의향서까지는 다 제출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