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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AI컴퓨팅센터 점검]② 첨단GPU 시대, 국산 AI반도체 사용 딜레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빅테크들과 함께 앞으로 4년간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국가 AI 패권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이에 우리 정부도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으며, 민관 합작 최대 2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참여를 타진하는 사업자들 사이에선 아직 기대보다 우려가 읽힌다. 이들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 ‘디지털데일리’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을 둘러싼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가적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되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은 AI 핵심 인프라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당초 2030년까지 계획한 GPU 3만장 확보 시기를 2027년으로 3년 앞당기겠다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를 대거 확보하고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 시장이 빅테크의 투자 규모를 따라가긴 어려운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 AI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자는 게 국가 AI컴퓨팅 센터의 설립 취지다.

문제는 정부가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을 ‘국산 AI반도체 활성화’ 정책과도 연계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사업설명회를 통해, 국가 AI컴퓨팅 센터의 경우 서비스 초기에는 GPU 등을 우선 구축하되 점진적으로는 국산 AI반도체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국산 AI반도체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개발을 주도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의미한다. 엔비디아가 대표하는 GPU가 어떤 연산에서든 범용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AI칩이라면, NPU는 AI 연산에 특화된 칩이다. GPU 대비 제품 단가와 기술 장벽이 낮지만, 결코 GPU를 대체할 수준은 못 된다.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에 참여를 타진하는 사업자 중 일부는 그래서 정부가 내건 이 ‘국산 AI반도체 50%’ 조건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NPU가 빠르게 발전 중이라고는 하나, 실제 국산 AI반도체 기술이 아직 테스트베드 단계에 머물러 있고, 과연 2030년까지 GPU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앞으로 수년 내 NPU 기술 생태계가 자리잡지 못하면 국산 AI반도체 비중을 50%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건이 족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특히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을 준비하는 클라우드 업계에선 정부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한 관계자는 “현재 모 국산 NPU 2세대 제품의 성능 지표가 엔비디아 A100과 유사하게 나오는데, 엔비디아 입장에서 A100은 이미 단종된 지 오래고 이제 H200을 넘어 블랙웰이 내년이면 시장에 풀리는 상황”이라며 “이런 차이를 두고 어떻게 경쟁력을 가져갈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산 NPU가 이제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밖에 남지 않았고, NPU 도입도 당장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2027년이나 돼야 이뤄질 텐데, 그때까지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냐도 관건”라며 “남아 있다 해도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십만장씩 찍어낼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다 소화할 수 있을지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물론 외산 컴퓨팅 자원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산 AI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아직은 AI 개발에 GPU 의존도가 압도적인 만큼, 탈엔비디아를 위한 노력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AI 플레이어들의 공통적인 숙제기도 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NPU 위탁생산에만 적게는 몇백억원 많게는 몇천억원 단위로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유치를 하려면 레퍼런스가 필요하고 결국 그 레퍼런스는 정부가 만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국내 AI반도체 회사들이 정부 주도 R&D 과제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거고, 그게 마중물이 되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순히 국산 비중 쿼터제를 두는 것보다는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라는 사업 취지를 감안한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산 AI반도체가 국가 AI컴퓨팅 센터의 파트너 플레이어로서 경쟁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 환경 등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 클라우드 기업 대표는 “엔비디아는 쿠다(KUDA)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너무 잘 돼 있기 때문에 그 생태계 경쟁력을 깨기가 어렵다”며 “NPU도 사실 특정 영역에서는 최적화만 잘하면 잘 돌아가는 부분이 있는데, 결국은 성공적인 AI 서비스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국산 AI반도체도 같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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