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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5조 클럽' 터치한 KB금융… 아직 환호하기엔 이른 이유

고환율 여파 등으로 4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밸류업' 동력 약화 우려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KB금융지주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5조 클럽'에 가입했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를 겪었음에도 비은행 계열사가 약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촉발된 원달러환율의 고공행진 등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수치 등 건전성 지표가 하락한 점은 고민으로 다가온다. 밸류업 동력의 약화가 우려되기때문이다.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KB금융의 주가가 이에 호응하지 못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작년 5조7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4조5263억원보다 10.5%(5519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KB금융 측은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 속에서도 비은행 부문의 약진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비은행 계열사인 KB증권의 작년 순이익은 585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3896억원과 견줘 50.3%(1961억원) 불어났다. KB손해보험의 순이익 또한 8395억원으로 나타나 전년 7133억원보다 17.7%(1262억원) 증가했으며, KB라이프생명의 경우 작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15.1%(353억원)나 늘어 2694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KB국민카드의 순이익 역시 402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같은 기간 3511억원보다 14.7%(516억원) 증가했다. KB캐피탈은 1865억원에서 2220억원으로 19%(355억원) 가량 순이익이 늘었으며 KB자산운영도 615억원에서 665억원으로 50억원(8.1%) 가량 순이익이 증가했다.

작년 KB금융이 홍콩 ELS 등 격랑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점에서 예상 이상으로 선방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많은 홍콩 ELS 상품을 팔았다. 지난해 1분기 실적에서 KB금융지주는 홍콩 ELS 손실과 관련 8620억원의 충당부채를 쌓아야 했다.

한편 작년 말 기준 KB금융의 자산건전성이 1년 전과 비교해 다소 악화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밸류업의 기초체력 지표로 평가받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다소 낮아졌다. 작년 4분기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51%로 집계돼 2023년(13.59%) 같은기간 보다 0.08%포인트(p) 줄었다.

CET1 하락에 대해 지난 5일 컨퍼런스 콜에서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환율 상승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CET1이 하락했다"며 "또 4분기에 현금 배당과 1000억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 소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지주처럼 RWA를 줄여 CET1 비율을 방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나상록 CFO는 "물론 인위적으로 자산 성장을 감소로 바꿀 순 있었다"며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익 체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만큼, 이익 체력과 자산 건전성을 모두 잡을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국의 CET1 권고치는 12%이기에 아직까지 KB금융으로선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단기간 내에 환율이 내려갈 것 같진 않고 위험가중자산은 갈수록 늘고 있어 KB금융은 실적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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