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10개 중 6개 이상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활용실적이 없거나, 활용 가치가 없어 포기한 특허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6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출연연 보유 특허는 4만4922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술 이전 등 활용되고 있는 특허는 36.5%인 1만6410개에 불과했다.
보유 특허 활용률이 50%가 넘는 기관은 24개 출연연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건설연 2곳에 불과했다. 특허 활용률이 가장 높은 ERTI는 보유 특허 1만1970건 중 활용특허가 53.7%인 6433건 이었다.
하지만 항우연(15.4%), KIST(20.5%), 표준연(21.8%), 지자연(23.3%), 핵융합연(24.1%), 에기연(24.6%) 등 출연연 19곳의 경우, 특허 활용률이 전체 출연연의 평균 활용률(36.5%)에도 미치지 못했다.
출연연들은 특허를 출원하고도 사용하지 않고 보유만 하는 특허인 이른바 ‘장롱 특허’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기술 이전과 활용 가치가 없는 미활용 특허 처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특허 이전은 2018년 4048건에서 2020년 5136건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포기한 특허도 2649건에서 399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5간(2016~2020년) 포기 특허는 총 1만5401개였으며, 이 중 출원 후 5년 이내 사장된 단기 포기 특허 수만 1475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치연구소의 경우 5년 이내 특허 포기 비율이 50%로 가장 높았고, 항공우주연구원도 전체 포기 특허 652개 중 5년 이내 포기가 308개로 47.2%를 출원 후 5년이 지나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원 후 가장 단기간에 포기한 특허는 ETRI의 ‘무선AP를 이용한 정밀 측위장치 및 방법’, ‘반도체막의 성장방법’ 등 3건으로 특허 유지 기간이 고작 1년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필모 의원은 “출연연들이 장래 시장성과 활용성이 없는 특허를 양산한 결과 출원 후 얼마 되지 않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특허 실적주의에서 탈피해 제대로 된 특허를 만들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설계와 사후 평가가 이루져야 한다. 과기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