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업비트가 상장 폐지 코인으로 벌어들인 수수료가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른바 ‘부실코인’을 상장하고 폐지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수수료를 벌고, 시장 점유율 1위가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지적이 100% 타당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업비트는 지난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해외 거래소 비트렉스와의 연동을 통해 이른바 ‘잡코인’을 많이 상장했으나, 당시엔 빗썸과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퉜다.
지금처럼 독점에 가까운 1위가 된 것에는 카카오페이 인증과 케이뱅크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연동, 그리고 카카오의 지분투자도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또 상장 기준이 미비한 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전체의 문제다. 때문에 ‘잡코인 상장’만을 업비트 독점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독과점 체제가 형성된 데에는 규제당국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민병덕 “업비트, 잡코인 상장으로 시장 점유율 1위 돼” 주장
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비트에 그동안 상장된 코인이 298개인데, 이 중 145개가 상장 폐지됐다”며 “폐지된 코인으로 벌어들인 수수료가 3140억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장 절차를 통해 업비트가 ‘시장 점유율 1위’가 됐다는 게 민 의원 측 주장이다. 그는 “업비트가 가상자산 거래소 중 점유율이 80%인데, 80%가 된 이유는 ‘알트코인’으로 불리는 이른바 ‘잡코인’을 모두 상장시켰기 때문”이라며 “잡코인을 무분별하게 상장하고, 상장 폐지될 코인이 거래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상장 및 상장 폐지 기준이 미흡한 점도 문제 삼았다. 민 의원은 “업비트 상장 기준을 보면 두 페이지도 안 되는 기준들로 상장하고, 상장 폐지 기준은 (상장 기준보다) 몇 줄 더 많은 정도”라며 “이 정도의 기준으로 상장과 상장 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 상장 및 상장 폐지와 관련해 이용자 피해가 나타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업법에서 이 같은 문제가 검토되었으면 하고, 가상자산업법 제정에 금융위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업비트 독점, ‘잡코인’ 탓만 하긴 어려워…케이뱅크 제휴에 특금법도 영향
문제는 이런 국회의 목소리가 업비트의 독점을 온전히 ‘잡코인 상장’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회가 특금법의 비합리성을 회피하는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의 ‘잡코인’ 상장은 해외 거래소 비트렉스와 오더북(거래장부)을 공유한 2017년 말~2018년 초에 많이 이뤄졌다”며 “잡코인 거래를 통해 비교적 늦게 출발한 업비트가 업계 선두로 올라섰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독보적인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업비트는 ‘국내 최다 가상자산 거래’를 표방하면서 빗썸과 앞뒤를 다투는 선두주자가 됐다. 그러나 요즘은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빗썸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렇게 독점에 가까워진 데에는 카카오페이 인증을 도입한 점, 케이뱅크 계좌를 연동한 점, 그리고 특금법으로 생긴 규제환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기존 실명계좌 제휴 은행이었던 기업은행을 포기하고, 지난해 6월부터 케이뱅크와의 제휴를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특징 상 계좌를 개설하기 훨씬 수월했고, 이에 힘입어 업비트의 점유율은 빠르게 올랐다. 다른 ‘선발주자’ 거래소들이 NH농협은행이나 신한은행을 택한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에 더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면서 후발주자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연동은 사실상 막혔다. 금융당국이 거래소에 대한 평가를 온전히 은행에 위임하면서 ‘4대 거래소’ 외 후발주자들은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규제환경 때문에 업비트의 독점 체제는 더욱 고착화됐다.
업비트 관계자는 “그 어떤 거래소도 ‘부실코인’을 일부러 상장하지 않고, 업비트 역시 시장 독점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장 폐지에 대해선 “상장 결정 당시 문제 없었던 가상자산도 기술 지원 지연, 낮은 유동성 등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처음부터 ‘부실코인’을 상장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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