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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상반기 결산] ‘한쪽선 축배, 그 옆선 빈 잔만’ 극심한 양극화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017년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는 유례없는 ‘빈부 격차’를 겪었다. 극소수 게임은 초대박을 쳤지만, 그 외 게임들은 어느 정도 시장 주목을 받은 중박 수준도 많지 않았고 주로 쪽박 수준을 기록했다. 대다수 게임들은 시장 진입조차 못했다.

초대박의 주인공은 리니지 게임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을 출시한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하면서 축배를 들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빈 잔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다.

‘게임 대장주’도 탄생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성공시킨 넷마블게임즈가 주인공이다. 지난 5월 12일 유가증권시장(KOSPI)에 입성했다. 넷마블은 경쟁사 대비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한발 앞서 짚어가면서 잇단 흥행 사례를 만들어냈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게임 기업으로 거듭났다.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 열풍도 되짚어볼만한 이슈다. 지난 1월 글로벌 시장에 비해 뒤늦게 국내 출시됐지만 예상을 뒤엎고 크게 흥행했다. 출시 초반엔 지도 데이터 연동이 되지 않았으나 이용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겨울에도 포켓몬을 잡으러 야외로 나갔다.

게임 자율규제도 주목받았다. 오는 7월부터 뽑기형(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자율규제가 이뤄진다. 그러나 업계의 주된 수익모델인 아이템 강화(인챈트)에 대한 논의 자체가 빠졌고 업계 자율로 시행되는 규제라는 점 때문에 실효성을 확보할지의 과제를 안았다.

◆‘리니지’ 게임의 독보적 흥행…업계 보릿고개 시작=지난해 12월 리니지2 레볼루션이 나온 이후 매출 쏠림 현상이 관측됐다. 리니지2 레볼루션 이외 모바일게임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예전만 해도 구글플레이 매출 10위 내 들어가면 하루 억대 매출이 난다고 했지만, 리니지2 레볼루션 출시 이후엔 억대 매출을 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을 출시했다. 리니지M은 첫날 매출 107억원을 기록하는 등 리니지2 레볼루션을 뛰어넘은 초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매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하루 평균 수십억원의 매출을 내는 두 모바일게임이 구글플레이 1,2위를 차지하면서 순위 고착화도 예상된다. 리니지 모바일게임처럼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 수명이 대단히 긴 장르로 꼽힌다. 업계 입장에선 한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보릿고개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자의반 타의반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화려한 증시 입성, 공모가 밑도는 주가’ 넷마블 하반기 주목=넷마블은 지난 3~4년간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레이븐 등 대형 흥행작을 줄줄이 내놓았고 작년 말 리니지2 레볼루션까지 성공시키며 국내에서 적수가 없는 모바일게임 시장 강자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조5061억원, 영업이익 295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0.4%, 31.1% 증가했다. 국내 상장사 기준 1위다.

이에 넷마블은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엔씨소프트를 누르고 13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으로 게임 대장주가 됐다.

그러나 증시 입성 이후엔 주로 공모가 15만7000원을 밑도는 주가를 기록 중이다. 1분기 실적 예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부분도 있고 최대 경쟁작 리니지M의 폭발적인 반응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결국 신작 성과로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신작 외 승부수도 준비 중이다. 회사 측은 상장 후 공모자금과 인수금융 등의 힘을 빌려 최대 5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글로벌 진출을 겨냥한 투자가 될 전망이다.

◆‘포켓몬고’, RPG 일변도 시장에 충격 안겨=‘포켓몬고’는 지난 1월 국내 정식 출시되자마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한겨울에 포켓몬을 잡으러 나가겠느냐는 일각의 예상을 뒤집고 포켓몬고 신드롬(증후군)으로 불릴 정도로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포켓몬고의 이례적 흥행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역할수행게임(RPG) 일변도인 국내 시장에 없던 게임이기도 했고 포켓몬이라는 유명 지식재산(IP)의 활용,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게임 방식 그리고 결제 유도가 없는 이른바 착한 게임이라는 요소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가 직접 야외로 나가 포켓몬을 잡는다는 신선한 게임방식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임업계에서 한물 간 기술로 치부되던 AR을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포켓몬고가 성공하자 국내 중견 게임사들이 AR 게임 개발에 매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실효성은 과연=올 상반기엔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를 논의했다. 자율규제 진척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회에 규제안이 발의되는 등 입법 움직임이 제기되자 업계 내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측면이 있다. 업계가 마지못해 자율규제에 나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전에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있었다. 그러나 아이템 확률 정보를 두루뭉술하게 공개하는 정도에 그쳐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던데다 확률 정보가 어디에 공개돼 있는지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뽑기 아이템으로도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규제다. 셧다운제 등 여타 규제만해도 이용자들이 업계에 적극 동조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으나 유독 확률형 아이템만은 규제안이 발의되자 커뮤니티에 이를 환영한다는 글이 상당수 올라오기도 했다. 대박을 노릴 수 있는 뽑기 아이템을 통한 과금 유도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용자들도 이러한 수익모델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업계 대표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자율규제에 공감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아이템 자율규제가 실효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지 주목받고 있다. 외부 시선이 쏠려 있는 대형 업체들만 자율규제를 준수할 경우 부정적 의미의 정책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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