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 선언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민간 기업이 헌법과 법률에 의거한 정당한 사법권 행사를 막겠다는 선언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고, 검찰총장까지 한마디 했다.
“법적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이석우의 대표의 깜짝 놀랄 발언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정부의 부당한 요구와 싸우다가 감옥을 가도 좋다’는 지사적 면모까지 엿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사건은 감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는 감청된 것이 아니라 압수수색 된 것이다.
사이버 망명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발언에 검찰이 사이버 유언비어 명예훼손 상시점검 방안 등을 마련하면서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카카오톡에서의 사적인 대통령 비판이나 의견개진 등을 검찰이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그런데 다음카카오가 특단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감청 불응’은 이런 유언비어나 명예훼손과는 관계가 없다.
감청 영장은 내란죄, 외환죄, 국가보안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만 발부된다. 유언비어 유포나 명예훼손 사건의 수사를 위해 검찰은 감청 영장을 요청하지 않는다. 요청한다고 해도 법원이 승인하지 않는다. 사건의 발단인 정 부대표 집시법 위반 혐의 역시 감청의 대상이 아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우려하는 프라이버시 침해는 감청보다는 압수수색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이 대표가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감청에 불응하겠다고 했지만, 이 문제 때문에 이 대표가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기업이 합법적 감청에 협조할 의무를 두고 있는 반면, 비협조자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이석우 대표나 회사 관계자가 감청 불응으로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검찰이 카카오톡 대화를 못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된다.
압수수색 영장은 과거의 통신을 검찰이 가져가는 것이고, 감청(통신제한조치) 영장은 미래의 대화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다음카카오가 감청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와서) 압수수색 하면 된다. 서버 저장 기간이 2~3일이라서 문제가 되면, 2~3일에 한번씩 영장을 신청하면 된다. 물론 검찰과 법원은 귀찮아지겠지만, 못할 것은 아니다.
변호사 출신인 이석우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미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끝낸 후에 문제 없다는 판단으로 이번 발표를 했을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화 투사처럼 비장하게 발표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검찰의 노동강도뿐이다. 일반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해 대표가 온몸을 다 던지는 다음카카오의 이 연극은 어쩌면 쇼(Show)이거나 꼼수다.그리고 주가는 올랐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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