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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협회 설립 추진…속내 복잡한 PP업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한국방송채널사용산업진흥협회(가칭)를 바라보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식 단체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실제 구상처럼 업계가 힘을 모으고 단체가 운영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금문제, 사업자들이 잡음 없이 서로 힘을 합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선순환적 생태계 조성 ▲다양성·공공성 제고 ▲국내외 경쟁력 제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PP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 중 관련 협회 설립도 포함됐다. 정부는 PP들의 해외진출 지원을 비롯해 중소·개별PP의 채널 할당제 관련 PP 선발업무 등을 설립예정인 협회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PP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와 몇몇 사업자, 인사들의 주도로 일이 추진되고 있다.

박윤현 미래부 방송진흥정책관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PP의 산업규모나 고용을 키워야 한다"며 "앞으로 만들어지는 PP협회가 불법 콘텐츠 유통 관리, 해외진출 자문 등의 기능을 수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국장은 "정부에서 협회 설립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정부주도 PP협회…제각각 PP 규합할 수 있을까=정부는 단순히 지원만 하겠다고 말하지만 PP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단체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PP들이 강하게 협회 설립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모여서 논의를 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정부가 협회 설립을 전제로 정책을 세웠기 때문이다.

PP업계 관계자는 "업계를 떠난 분도 있고, PP의 대표를 맡고 있는 분 등 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몇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PP 업계가 전반적으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PP는 모이기도 힘들다. 케이블TV협회내에 PP협의회가 존재하지만 국내 등록된 PP들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 홈쇼핑은 별도의 단체가 존재하고 종합편성PP는 소속이 없다. 개별·중소PP들은 대형, 지상파계열 PP들과 입장이 다르다. 여기에 IPTV, 위성방송에 소속돼 있는 PP들도 있다.

협회가 설립돼 업계 전체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별PP발전연합회 관계자는 "협회를 만든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모두가 모여 논의한 적은 없다"며 "PP협의회가 확대 발전되면 좋겠지만 모든 PP를 아우르는 조직이 과연 합리적일지, 그리고 의견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정부의 구상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어서 지켜보고 있다"며 "정부가 업계 자율적으로 단체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런 조직이 자율적으로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홈쇼핑 사업자 관계자도 "순수하게 참여하라고 하면 아마 할 곳은 없을 것"이라며 "협단체라는 것은 강제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홈쇼핑은 PP이기도 하지만 유통측면이 강하다"라며 "새로 만들어진다는 PP협회에 참여할지 논의한 적도 없고, 참여한다고 어떤 이득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재정문제, SO 반대 어떻게 해결하나=관련 협회가 출범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도 적지 않다. 회원사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것은 물론, 재정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단체를 운영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케이블TV협회의 출연금을 나눠야 하는데 SO의 반대가 예상된다.

PP협의회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의견도 있고 지켜보다는 의견도 있다"며 "회원사들의 의견을 획일화 시켜 한쪽 방향으로 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케이블협회내에서 서로 무난하게 분리, 독립하는 것에 대한 상호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출연금을 나눠야 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지붕 두가족 생활을 해 온 SO업계는 PP 분리를 반가와 하지는 않는다. 특히, PP 협회가 생기면 SO협의회, PP협의회로 구성돼있는 케이블TV협회의 위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MSO의 고위관계자는 "방향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플랫폼과 콘텐츠가 가까울 수록 협력할 것도 많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복수방송채널사업자(MPP)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사분오열 PP, 협회 제기능 할 수 있을까=MPP의 경우 그룹, 관계사들이 SO사업도 같이 하기 때문에 무조건 PP 이익 중심으로 의견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SO와 PP를 같이 하는 곳들은 일단 지켜보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다만, PP업계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았다.

MSO 관계자는 "그래도 SO들은 공동의 이슈가 있으면 각자의 뜻이 달라도 하나로 모은다"며 "하지만 PP들은 과연 그럴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장 중소·개별PP 채널의무할당제 도입을 놓고도 PP간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당연히 중소·개별PP 들만 환영할 뿐 나머지들은 탐탁치 않게 보는 분위기다. 수신료 배분을 놓고도 사업자간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PP 업계 관계자는 "개별PP에 의무채널 할당제가 실제 시행되면 다른 PP들이 어떻게 나오겠느냐"며 "의무할당제를 반대하는 사업자들이 더 많을 텐데 협회가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고 대상 PP들을 선별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협회 설립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정책을 추진 중이다. PP업계가 정부의 밑그림에 색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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