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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도 부러워한 캐논의 경쟁력은?

 

- 카메라 핵심 부품 수직계열화
- 장기적인 R&D 투자, 10년 넘게 美 특허 TOP5에 이름 올려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카메라 시장의 지형변화가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콤팩트 카메라는 설 자리를 조금씩 잃고 있다. 디지털일반사식(DSLR) 카메라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새롭게 떠오르는 신성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향후 5년 동안 전 세계 콤팩트 카메라 시장이 2.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10년 160만대 규모를 유지했지만 2011년 140만대, 2012년 70만대로 급속히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동안 렌즈교환식(미러리스, DSLR) 카메라 시장 규모는 14.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제품 트렌드가 바꾸고 소비자 요구 사항이 높아지면서 카메라 업계도 전에 없는 변화가 감지된다. 필름을 이용하던 아날로그 카메라에서 CMOS 이미지센서(CIS)가 내장된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넘어왔던 10여년 전 그 이상의 충격이 예상된다.

◆탄탄한 기술력은 기본=카메라는 첫 탄생부터 지금까지 역할 자체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사진을 찍는 도구이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다만 촬영 방법과 사진의 공유는 예전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올리는 식이다.

스마트폰은 ‘필름→사진관→소비자’, ‘플래시 메모리→PC→인터넷’과 같은 번거로운 콘텐츠 전달 과정이 불필요하다. 여기에 콤팩트 카메라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성능이 높아졌다. 애플, 삼성전자, 노키아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도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 개선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최근 실적 부진에 빠진 니콘은 스마트폰과의 공생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니콘 기무라 마코토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냅샷을 촬영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 커다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니콘의 공략 방식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카메라 자체의 경쟁력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현대 카메라의 3대 요소인 ‘CIS’, ‘이미지 프로세서’, ‘렌즈’를 제대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든 이때에 캐논을 주목하는 이유다.

캐논은 니콘과 달리 CIS 수직계열화가 전 라인업에 걸쳐져 있다. 자체 설계 및 생산한 CIS를 자사 카메라에 적용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니콘의 경우 풀프레임 DSLR 카메라 ‘D800’과 ‘D600’에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1’ 시리즈는 압티나이미징, 보급형 DSLR 카메라는 도시바 CIS를 이용하고 있다.

 


◆핵심 부품 수직계열화 구축=CIS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장치산업이다.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성능이 떨어지거나 팔지 못하면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안길 수 있다. 그만큼 탄탄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자체 생산한 CIS를 자사 카메라에 적용할 수 있는 업체는 캐논을 포함해 삼성전자,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 후지필름 정도다.

이미지 프로세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분야는 알고리즘이 무척 중요하다. 비유하면 자동차 에어백과 같다. 에어백이 작동하려면 자동차가 교통사고를 인지해야 한다. 문제는 교통사고 형태가 워낙 다양해 에어백 센서가 상황에 알맞은 판단을 짧은 순간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지 프로세서도 마찬가지다. CIS로부터 받아들인 데이터를 분석,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차이를 알아채거나 노이즈 감소 등의 다양한 작업을 가급적 빨리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이미지 프로세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진의 최종 품질과 느낌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분야에서도 캐논은 ‘디직’ 시리즈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렌즈는 어떨까? 앞서 CIS와 이미지 프로세서가 디지털이라면 렌즈는 아날로그에 가깝다. 자체적으로 렌즈를 설계해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미러리스 카메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소니도 렌즈만큼은 독일 칼자이스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10년 넘게 TOP5 특허 업체로 이름 올려=캐논은 CIS, 이미지 프로세서, 렌즈를 모두 자체 설계해 생산하고 카메라에 적용하는 업체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캐논은 최근 10년 동안 미국 특허 등록 업체 가운데 늘 TOP5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미국 특허조사업체에 IFI 클레임 페이턴트 서비스에 따르면 캐논은 지난 2000년 연간 특허 1890개로 3위를 기록한 이후 2002, 2003, 2005년 2위에 올랐다. 2012년에는 3174개로 3위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단 한번도 5위권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자료를 들여다보면 캐논이 시대에 관계없이 얼마나 꾸준한 기업인지 알 수 있다. D램,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인 마이크론의 경우 2000년 7위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TOP10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에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모토로라, 제너럴일렉트릭, 인텔, NEC, HP 등도 최근 10년 동안 TOP10에 올라간 경우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순위권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마이크론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밀렸고 HP는 스마트폰 사업 실패와 PC 부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쳤다. 모토로라는 유구한 역사를 뒤로하고 구글에 인수됐으며 한때 일본 휴대폰 시장 1위를 기록한 NEC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격동의 시간을 거치면서도 캐논이 특허 등록 업체 가운데 늘 상위권에 위치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연구개발(R&D)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시장을 멀리보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카메라도 기술 집약적인 제품이다. 스마트폰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카메라는 카메라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경험과 습관을 파악해 통찰력을 발견하고 제품을 개발할 때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시장선도적 가치 발현에 중점을 두는 ‘기본기’에 누가 더 충실하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일본의 리쇼어링(해외 공장을 본국으로 다시 들여오는 형태) 열풍을 미리 내다보고 자동화 생산라인 구축 등에 미리 손을 써둔 캐논은 계속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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