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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마비’ 일으킨 원인, ‘네트워크 장비 문제’ 맞나?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 본부장인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11월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 앞서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 본부장인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11월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 앞서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 장애는 네트워크 장비, 레이어4(L4) 스위치 문제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충분치 않은 발표에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과연 장비 문제가 맞는지,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오후5시 행정안전부 고기동 차관은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모두 복구됐다고 발표했다. 혼란의 금요일과 주말을 거쳐 20일 평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센터도 정상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 서보람 디지털정부실장은 17일 오전8시46분경 장애를 최초 인지했다고 밝혔다. 주민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전산망에 접속하지 못했고, 원인을 분석하던 중 인증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인증 시스템의 오류 중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서버, 네트워크, 프로그램 등을 전부 검증한 끝에 네트워크 장비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고 해당 장비를 교체한 뒤 서비스가 복구됐다고 부연했다.

행정안전부가 말한 인증 시스템과 네트워크 장비란 행정전자서명인증서(GPKI)와 L4 스위치다. L4 스위치는 부하분산(로드밸런싱, Load Balancing)을 담당하는 장비로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컨트롤러(ADC), 부하분산장비라고도 불린다.

L4 스위치는 서버에 요청되는 수많은 요청을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해 원활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A 창구(서버)에 사람(트래픽)이 많이 몰렸다면 비교적 한산한 B 창구(서버)로 사람(트래픽)을 유도함으로써 서비스가 장애 없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L4 스위치가 서버에게 요청을 전달하지 않으면 창구로 사람이 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번 행정 전산망 사태가 이와 같다.

다만 행정안전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는다. 17일 오전8시46분부터 19일 오후5시까지, 56시간이나 경과된 시점에서 발표한 것치고는 너무나도 빈약하기 때문이다.

우선 행정안전부의 진단 대로 L4 스위치의 문제였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지가 불분명하다. L4 스위치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증(로그인)이 안 됐고, 그로 인해 모든 업무망이 마비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장시간 복구하지 못했던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나의 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장비에서 해당 작업을 이어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이중화 조치가 이뤄져 있는 상태라는 점도 의구심에 불을 지핀다.

서보람 실장은 “장비를 이중화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당일에는 이중화돼 있는 2개 장비가 순차적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또 해당 장비는 노후 장비도 아니라고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우연의 일치로 최신 장비가 연달아 고장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순 장비 문제가 아닌 모종의 장애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해킹으로 인한 장애가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그러나 해킹과 관련된 정황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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