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방송관련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 여야가 또 다시 충돌했다.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위원장은 1일 과방위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방송법 등 관련 법안들을 상정하려 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로 불발됐다.
앞서 과방위 정보방송통신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는 지난달 29일 KBS·MBC·EBS의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 방식을 다양화하는 내용과 사장 후보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교육공사법, 방송통신위원회법 등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국회 5명, 시청자위원회 4명, 지역방송 등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6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 6명을 각각 추천하게 해 총 21명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공영방송 사장은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천위에서 사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그러나 법안 추가 심의를 위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신청하며, 야당의 단독 처리를 막아섰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최장 90일 동안 심사하기 위한 국회법상 절차다.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지난 29일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미래를 결정한 방송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의결했다”며 “사실상 민노총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악법 중의 악법”이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을 민노총 소속 노동조합에게 방송을 맡길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이 국회법을 무력화하고 방송법을 날치기로 처리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뿐만 아니라 민노총 언론노조 영구장악법 폐기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사장 선출 시 시청자이자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뜻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안을 제안한 것”이라며 “이 법안은 정치 권력의 공영방송장악방지법”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정청래 위원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방송관련법 상정을 두고 거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정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요구를 듣지 않자 권성동 의원은 정 위원장에게 “위원장이 너무 독재적으로 한다”며 “의사진행발언(기회)을 달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저도 본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됐다”며 “권 의원이 그렇게 힘이 셉니까”라고 맞받았다. 권 의원이 재차 “지금 독재하는 거냐”고 하자 정 위원장은 “대통령한테 똑바로 하라고 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란 끝에 정청래 위원장은 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모두 6명으로 구성되며 최장 90일간 쟁점 법안을 논의할 수 있고 4명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된다. 위원회는 상임위 의석수 배분에 따라 민주당 의원 3명과 무소속 의원 1명, 국민의힘 의원 2명으로 꾸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