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회가 망이용대가 관련 두 번째 공청회를 연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진영간 충돌이 국회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다음달 17일 망이용대가 관련 2차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는 지난달 20일 열린 망이용대가 공청회에 이은 두 번째 자리가 된다. 과방위 관계자는 “현재 여야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열린 1차 공청회에서는 ISP 측 패널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과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CP 측 패널로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망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과 그럴 수 없다는 입장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윤상필 실장은 “국내외 CP의 99%가 망 이용료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인터넷 트래픽의 34.3%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이러한 거래질서를 부정하고 있다”고 피력했고, 박경신 교수는 “망 이용료가 강제되면 전세계 수십억명에게 전달된 데이터에 대한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반쪽’으로 진행된 데다, 당시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망이용대가 개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현재 국회에는 망 이용과 관련한 법안이 총 7건 발의돼 있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법안의 내용에 대한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못했다. 당시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오늘 공청회로 결론날 것 같지 않다”며 다음을 기약했었다.
이번 2차 공청회에서도 ISP와 CP를 대변하는 각계 전문가들이 나와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망이용대가와 관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1차에 이은 격렬한 대립이 예상된다.
실제 공청회 이후 과방위 의원들 사이에서도 망이용대가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공청회 당일, 구글이 망이용대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 파장이 컸다. 거텀 아난드 구글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유튜브 코리아 블로그를 통해 해당 법안이 “크리에이터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박경신 교수가 이사로 있는 비영리단체 오픈넷은 입법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ISP 진영의 맞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KTOA와 통신3사는 지난달 12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글 등 빅테크가 망이용대가와 관련해 사실왜곡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CP는 인터넷망 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CP도 해외 진출 시 현지 CDN 또는 해외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24일자로 마무리된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망이용대가를 둘러싼 의원들의 서로 다른 생각이 엿보였다. 이날 다수 의원들은 구글이 자사에 불리한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창작자들을 앞세워 여론을 선동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구글 본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국내에 트래픽을 가져온 것인데 그에 걸맞는 투자가 필요해보인다”고 일갈했다. 반면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신3사를 향해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망이용대가 입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