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유료방송사에 대가를 지불한다. 그리고 방송사는 해당 프로그램을 제공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그 대가를 나눈다. 이 때 프로그램 사용료의 배분비율은 어떻게 해야 적절할까? 업계에서 매년 반복되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은 ‘가입자 확보에서 누구의 공이 더 컸냐’는 논의와 별개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별기업의 협상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료방송사·PP 상관없이 협상력이 떨어지는 경우 제대로 된 대가를 챙겨가지 못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른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연내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도 업계에 수차례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과정을 지켜보는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사업자 간 갈등 상황을 청취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재한 가운데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부터 유료방송사·일반PP와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논의 자리를 각각 가졌다. 하지만 이후 반쪽짜리 실무급회의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상파와 종편PP의 회의 불참이었다. 보도 기능을 갖춘 지상파와 종편PP의 경우 사용료 협상에서 일반PP와 비교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실무급회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급될 금액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들로선 오히려 받을 수 있는 액수가 줄 수 있는데 회의에 참석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PP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는 인터넷TV(IPTV)·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유료방송사도 지상파·종편을 빼놓고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기 어렵다. 결국 유료방송사는 지상파·종편에 지급할 사용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두고 PP와의 협상에 나서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어렵다.
정부는 지상파·종편PP의 회의 불참이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법 제76조1항(방송사업자가 공정하고 합리적 시장가격으로 차별 없이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규정)과 제99조(과학기정통부 장관은 소관 업무에 따라 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전광판방송사업자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시정을 명할 수 있음)에 근거해 지상파·종편PP 역시 가이드라인이 일단 만들어지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와의 논의 자리 없이, 가이드라인이 유료방송사와 지상파·종편PP, IPTV와 일반PP 등의 관계 속에서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엔 모 IPTV사가 일반PP에 갑질하는 일도 있었다. 모 IPTV사는 채널 번호 협상을 빌미로,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 방식에서 IPTV사에 유리한 안에 힘을 싣도록 일부 일반PP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이 100번 안에 있냐, 밖에 있냐에 따라 광고매출이 크게 달라지는 가운데 일반PP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정부와 사업자 간 실무급회의는 지난 9월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라도 의미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정부와 사업자 간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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