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실무급회의가 한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유료방송사·일반방송채널사용사업자(일반PP)와 콘텐츠 대가산정 논의를 위한 자리를 각각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해 CJ ENM과 IPTV가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촉발됐다. IPTV3사가 “CJ ENM이 과도한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CJ ENM은 “IPTV3사가 불공정한 사용료를 지급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송시장의 재원은 순환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지상파와 종편PP를 빼고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반쪽짜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인터넷TV(IPTV)·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유료방송사와 일반PP만이 참여한 실무급회의가 못내 아쉬운 이유다.
2021년 기준 SO의 수신료(시청자가 방송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 매출액은 8825억원으로, 이 중 49%에 해당하는 4389억원이 지상파와 PP에 콘텐츠 사용료로 지급된다. 지상파와 PP에 지급되는 콘텐츠 사용료는 각각 1120억원(12%)을, 3269억원(37%)이다. 같은기간 IPTV는 수신료 매출액(2조2594억원) 가운데 30.5%인 6907억원을 콘텐츠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지상파는 2166억원(9.5%), PP는 4741억원(20%)을 IPTV로부터 받았다.
단순 규모만 비교했을 땐 유료방송사가 지상파보다 PP에 더 많은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지상파는 3사(KBS·MBC·SBS)가 IPTV와 SO로부터 받는 콘텐츠사용료(재송신료)의 총합이 3286억원이라면 PP의 경우 200여개의 사업자가 받는 콘텐츠사용료의 총합이 8010억원이기 때문이다. 200여개의 PP 중에서도 종편이 가져가는 콘텐츠 사용료의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개별PP가 가져가는 콘텐츠 사용료는 지상파·종편과 비교해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유료방송사의 입장에선 사실상 지상파·종편을 빼놓고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기 어렵다. 결국 지상파·종편에 지급할 사용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두고 PP와의 협상에 나서게 된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고 한들 혁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지상파·종편을 회의에 참여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은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보도 기능을 갖춘 지상파와 종편의 경우, 콘텐츠 대가산정 협상에서 일반PP와 비교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사용료로 지급될 금액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들로선 오히려 받을 수 있는 액수가 줄 수 있는데 회의에 참석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입장에선 지상파·종편 등 사업자에 참여를 강제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단순히 사업자들의 자율에만 맡기기 어려운 건 국내 방송시장의 특성 탓이다. 애초부터 국내 방송시장은 정부 주도하에 계획적으로 형성된 시장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케이블TV를, 김대중 정부는 위성방송을, 노무현 정부는 디지털미디어방송(DMB)을, 이명박 정부는 IPTV를 도입했다. 키우고자 하는 사업자에겐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 밀어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업자 간 협상력의 차이가 발생했다. 일정수준의 정부 중재가 요구되는 이유다.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는 의미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연내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장기적으로 방송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의미있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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