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뜨거운 감자’로 돌변한 전기요금…윤 당선인, 원전정책에 어떤 영향?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2-03-26 22:52:38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지난 21일, 한국전력 주가가 전일대비 5% 이상 급락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치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초 예정됐었던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가 갑자기 연기됐고, 이것이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로 시장에 받아들여지면서 한국전력이 올해도 역대급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한 것이 소환되면서 정치권으로 화살이 돌아간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관련해선 '새로운 권력'인 윤 당선자측의 입장이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로부터 3일 뒤인 지난 24일, '전기요금'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수위 업무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높은 관심사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이 외부로 전해진 것은 없었다.
조심스러운 상황 전개다. ‘전기요금 인상’ 이슈가 예상치 못하게 최근 ‘뜨거운 감자’로 돌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최근 급격하게 오른 국제유가 및 석탄, 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 때문이다.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6일 현재, 국제 유가는 110달러~115달러 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입장에선, 주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대선 기간때처럼 전기요금 동결을 계속 주장할 여건이 아니다. 불가피한 사유라하더라도,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이 벌썹부터 하나 둘씩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은 인수위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는 사안이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연기… 尹 당선인에겐 오히려 부담될수도
앞서 정부는 당초 지난 21일,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단가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부처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보류한 상태다. 당시 ‘윤 당선인이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던 점을 감안, 당선인의 입장을 배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되고보니 오히려 그게 더 부담이 됐다. 대통령 취임후에 어떻게든 입장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 취임일인 5월10일 이전에 정부가 인상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현재로선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한국전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엄청난 적자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올해 적자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한국전력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영업이익 적자폭이 전년대비 243.41%나 늘었는데 이는 발전 원가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는 구조상 당연한 귀결이다.
물론 현행 전기요금 인상 체계상, 발전원가가 오른다고 해서 곧바로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부 전가할 수도 없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에 이를 반영하기위한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그것을 감안한다해도 한국전력의 올해 적자가 14조~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에너지 가격 급등, 전기요금 인상… 차기 정부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엔 명분
그러나 한편으론 윤 당선인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뜨거운 감자’이긴 하지만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호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전의 경제성측면을 고려했을 때,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명분이 됐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보고에서 인수위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와 원전 생태계 복원 과제를 검토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물론 탈원전 정책의 이전 단계로 복원시 ‘탄소 제로’ 정책 목표 달성이 또 다른 난제로 부상할 수 있다.
지난 1월 EU(유럽연합)는 원자력을 조건부로 ‘그린 택소노미(Taxonomy)’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일단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 자체가 국제적인 흐름과 괴리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원자력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기위해서는 오는 2045년까지 원자력 폐기물 등에 대한 처리계획 등을 제시해야하며, 2050년까지는 관련 시설까지 확보해야한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함께 그에 따른 폐기물을 처리하기위한 방폐장 확보 등 만만치 않은 과제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이는 향후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풀어나가야할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 과제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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