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음악 저작권료를 둘러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간 갈등이 첨예하다.
한음저협은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은 선례를 들어 OTT 사업자가 ‘매출의 2.5%’를 음악사용료로 내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행보다 4배 인상된 요율이다. 반면 토종 OTT 업체들은 글로벌 대형 OTT인 넷플릭스가 기준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맞선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와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은 정말 같은 요율에 따라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걸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저작권료는 음악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것이니 언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외 저작권 징수 현황과 OTT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 천차만별 저작권료, ‘글로벌 스탠다드’는 있을까?
한음저협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통해 OTT에 대한 징수율을 ‘매출의 2.5%’로 정하고자 한다. 이는 한음저협이 자체 파악한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권고안과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산출된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와는 이미 2.5%로 계약을 맺었으므로 형평성을 위해 같은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OTT업계는 한음저협의 주장이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의 국내 저작권 징수율은 이미 2.5%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한음저협은 사업자와의 사적계약임을 이유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OTT업계는 “2.5%가 어떤 서비스 기준인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 해외의 음악 저작권 관련 권리처리 방식은 제각각이어서 ‘글로벌 기준’을 꼽기가 쉽지 않다. ‘OTT영상서비스의 음악저작권 적정요율에 관한 연구’(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학과 교수 저)에 따르면, 미국은 음악출판사와의 개별협정을 맺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율을 알기 어렵다. 넷플릭스만 해도 사용료를 2.5%로 지급하고 있다는 한음저협 주장과 달리, 미국 현지에서의 지급은 한국과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영국은 영상물의 사용분량에 따라, 프랑스는 구독금액에 따라 음악사용료를 지급한다. 일본의 경우 창작자와 제작자간 계약상 정한 지정값대로 지급한다. 이 때문에 한 저작권 전문가는 “해외 사례를 반영하기에는 서비스 방식도, 징수 방식도 다 다르기 때문에 국내 상황에 맞춘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넷플릭스, 국내 저작권료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마저 다른 국내 OTT 업체들과 서비스 방식이 다른 점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의 영상물 VOD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반면, 한국의 OTT는 지상파·종편의 실시간 방송 및 VOD(방송물 재전송+오리지널)를 복합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오히려 넷플릭스보다 기존 TV방송을 재전송하는 IPTV나 케이블TV의 서비스 방식과 유사한 면모가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같은 TV방송물을 재전송하더라도 신생 미디어인 OTT사업자가 내야 할 저작권 요율이 기존 지상파나 유료방송 사업자보다 훨씬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관련해 OTT업계는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데, 똑같은 방송물을 재전송하는 것임에도 OTT 플랫폼만 일괄적으로 넷플릭스 기준에 따라 2.5% 요율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방송사업자에 대한 한음저협의 저작권료 징수규정도 각기 다른 상황이다. 지상파방송과 IPTV는 매출의 1.2%에 각기 다른 조정계수를 곱하고 있고, 종합유선방송(SO)은 방송총수입의 0.5%를 음악사용료율로 하고 있다. 여기에 TV방송물(VOD)을 다시 전송하는 ‘방송물재전송서비스’(음악전문방송물 제외)의 경우 매출의 0.625%로 규정돼 있다. 이는 OTT 사업자가 주장하는 저작권 요율이기도 하다.
◆ 창작자와 제작자간 계약은 무효 vs. 이중징수
‘이중징수’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영화·드라마 등 제작 과정에서 이미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음악 사용권리를 획득한 콘텐츠들이 있음에도, 무조건 전체 매출의 2.5%를 저작권료로 내는 것은 이중징수라는 주장이다. 한음저협은 그러나 개별 창작자와 계약자간의 계약보다 권리신탁단체로서 자신들의 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이 많고, 이미 제작 단계에서 음악 저작권을 비롯한 모든 지적재산권(IP)을 양도받는 사례가 많아 국내 OTT 업체와 상황이 다르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한음저협에 저작권료를 냄과 동시에 오히려 상당한 저작권료를 돌려받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한음저협은 영화계와도 같은 논란으로 소송까지 간 사례가 있다. 2012년 음저협은 CGV에 “영화 제작자가 음악 원작자에게 사용료를 내고 이용 허락을 받았더라도, 영화를 틀 때마다 삽입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며 소송을 냈고, 결과적으로 패소했다. 법원은 “원 저작자가 저작물의 영상화를 허용한 경우 극장 상영 등 공연에 대한 권리를 포함해 허락한 것”으로 보고 CGV의 손을 들어줬다.
OTT업계 또한 이 점을 들어 “음저협이 일괄적으로 전체 매출의 얼마를 달라고 하는 것은 사용료가 지불된 콘텐츠에 대해 사용료를 다시 집계하는 셈”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음저협은 극장 상영과 같은 ‘공연’과 OTT가 영상물을 제공하는 ‘전송’은 다른 서비스 형태이므로,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