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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아직도 5000원에 마스크를 사라고?…주파수 재할당 대가의 모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마스크 업체가 난리란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마스크 구하려 마트 줄서기에 홈쇼핑서 마스크 한번 구해보겠다고 전화기에 불이 나도록 온가족이 달라붙은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물건이 남아돌아 난리라고 한다.

한 장에 천원도 안하던 마스크가 장당 5000원을 넘기기도 했으니 난리는 난리였다. 3000~4000원에 구매해도 그래도 산게 어디냐며 며칠씩 마스크를 애지중지 썼던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살 사람은 많고 물건은 없으니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그게 시장경제 논리니까. 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으니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가격을 1500원으로 정하고 매점매석 금지에 수출통제, 생산량 증대, 유통체계 일원화 및 재고파악 앱 개발 등의 노력으로 마스크 대란도 사라지게 됐다. 과잉공급으로 마스크 업체들이 도산위기에 놓여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마스크 한 장의 적정가격은 아마도 1000원 안팎일 것이다. 코로나19 난리로 잠시 가격이 수배 오르기는 했지만 마스크에 들어가는 원단 등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 등을 감안하면 그 정도가 적정해 보인다.

그런데 2~3월에 잠시 수요가 몰려 5000원에 팔렸으니 지금도 5000원을 받겠다고 하면 어떨까.

최근 주파수 재할당을 놓고 정부와 통신사들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규제기관과 사업자간 힘겨루기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 하여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3G, LTE 등의 용도로 사용하던 주파수의 이용기간이 끝나 재할당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과거 가격이 높았을 때를 기준으로 삼고, 통신사들은 법에 나와있는 산식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자는 것이다.

정부 방식으로 하면 5조5000억원, 사업자 얘기대로라면 1조5000억원 가량이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과기정통부는 재할당대가를 그동안 치뤄진 경매대가를 적용한 방식으로 주파수 재할당대가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그 정도 대가를 치뤘다면 동일한 서비스를 하는 현재에도 그 정도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2011년 처음 주파수 경매가 도입됐는데, 당시 말도 참 많았다. 그때는 정말 화끈했다. SK텔레콤과 KT가 그야말로 양보없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과열경쟁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는 물건을 3개를 내놨는데 하나(800MHz)는 모두 외면했다. 두개(1.8GHz, 2.1GHz)는 괜찮은데 하나(2.1GHz)는 사정이 어렵던 사업자(LG유플러스)에 경매도 없이 최저가에 줬다.

쓸만한 물건은 이제 하나 남았으니 머리가 깨지도록 싸우는 수 밖에 없었다. 양질의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은 통신사 입장에선 한 해 농사의 기본이다. 여기에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과 국민기업 KT의 자존심 대결까지 곁들여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었다. 양사는 무려 83번의 베팅을 주고받았다.

시초가 4455억원이었던 1.8GHz 주파수는 995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수직상승했다. SK텔레콤이 승자였지만 웃을 수 없었다. KT의 경매 포기에 대한 뒷말도 무성했다. 연일 신문지상에 ‘승자의 저주’로 도배되니 높으신 분의 “그만하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다시 2020년으로 돌아오자. 최근 정부가 생각을 바꿀 계획이 없어보이자 통신사들은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정부가 가격을 정해 재할당 할 것이 아니라 그때처럼 경매를 통해 가치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주파수 할당제를 버리고 경매로 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주파수의 정확한 가치를 도출해 이용대가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 이었다. 할당방식은 대가산정이 어렵고 투명성에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800MHz 주파수는 음성 중심의 이동전화 시장에선 황금주파수였다. 하지만 통신시장이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며 700MHz 주파수의 경우 경매에서 아예 외면받기도 했다. 저대역 주파수의 가치는 여전히 높지만 예전처럼 ‘황금’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그때는 5000원이었지만 지금도 5000원인지, 1000원인지 실질적인 경쟁수요를 따져보면 될일이다. 주파수는 공공재이다. 헐값에, 또는 공짜로 할당해도 안되겠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길 이유도 없다. 주파수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은 물론 서비스의 진화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변하기 마련이다. 현재의 상황에 맞는 가치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파수 재할당대가가 주 재원인 정보통신진흥기금이 디지털뉴딜 사업으로 고갈됐다고 한다. 기금을 메우려고 지나치게 주파수 재할당대가를 매기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래저래 시끄러우니 10년전 주파수 가치가 현재에는 어떻게 변했는지 시장에서 평가받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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