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SK하이닉스가 기술 진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아울러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올해 ‘톱3’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 가운데, 내년 경쟁사 대비 출하량이 늘어나 시장 점유율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12일 SK하이닉스는 2세대 10나노급(1y) 미세공정을 적용한 8Gb(기가비트) DDR4 D램을 내년 1분기부터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2세대 10나노급 ‘8Gb DDR4 서버 D램’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의 뒤를 쫓는 형세다. 삼성전자는 8개월만인 올해 7월, 업계 최초로 2세대 1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16Gb LPDDR4X 모바일 D램 양산에 돌입했다. 마이크론도 최근 10나노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용 12Gb LPDDR4X D램을 양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에선 SK하이닉스가 경쟁사 뒤를 추격하는 모양새지만, 낸드는 양상이 다르다. 앞서 지난 4일 SK하이닉스는 PUC(Peri Under Cell)를 도입한 96단 3D 낸드를 올 해 안에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를 ‘4D 낸드’라고 명명했다. 첨단 기술력을 한껏 드러내면서 경쟁사와 차별점을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CTF(Charge Trap Flash)와 PUC를 결합한 96단 512Gb TLC(Triple Level Cell) 낸드 개발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PUC 기술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영역 하부에 셀 작동을 관장하는 주변부(Peri) 회로를 배치하는 기술이다. 건물 옆에 있던 주차장(Peri)을 건물 지하로 옮긴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존 낸드의 기반인 CTF에 PUC 기술을 추가함으로써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아직 이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4D 낸드라는 이름을 붙인 데에서 세계 최초라는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낸드 기술력에서 앞서며 D램 편중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점유율은 세계 2위지만, 낸드 점유율은 4위다. 낸드 시장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공세가 더 거셀 것으로 점쳐지는 곳이다. 낸드가 D램보다 비교적 기술적 허들이 낮아 중국이 더 빠르게 한국을 추격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미세공정 양산에 돌입하면 D램 분야에선 중국 푸젠진화반도체, 이노트론 등 기업과의 기술력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푸젠진화반도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반면 낸드는 D램이 군사 문제 등과 관련돼 있는 것과 달리 민감한 사안과 덜 결부돼 있고 기술 난도도 비교적 높지 않아 중국이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YMTC는 내년 말 64단 3D 낸드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4D 낸드 개발이 중국 업체는 물론,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의 기술적인 차별화를 둘 수 있는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작년보다 41% 늘어난 377억3100만 달러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 상위 15개 업체 중 매출 증가율이 최고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작년 4위(267억2200만달러)에서 올해 3위로 뛰어오르며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342억900만달러)를 제치고 반도체 시장 톱3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반도체 영역뿐 아니라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톱3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내년 점유율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NH투자증권의 도현우 연구원은 내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마이크론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기업별 D램, 낸드 출하량 증가율(전년 대비)을 삼성전자는 각각 +19%, +35%, SK하이닉스는 각각 +23%, +40%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은 각각 +21%, +25%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청주 M15 낸드 공장과 내년 초 완공될 중국 우시 D램 공장을 통해 공급 물량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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