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SK하이닉스가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용량·고성능 제품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변수에는 분기별로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25일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향후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D램은 2세대 10나노미터(nm)급 미세공정 기술 개발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3분기 중 순조로운 수율 개선이 이뤄진 1xnm 공정의 기술 성숙도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강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1ynm 공정 개발과 중국 우시 C2 팹(FAB) 확장을 위한 클린룸 공사를 완료해 내년 상반기 양산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방침이다.
우시 팹은 12월쯤 오픈하고 설비 입고를 시작해 내년 1월까지 셋업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M15 양산은 이르면 내년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 C2는 이보다 좀 늦은 2분기쯤에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더불어 향후 4세대 3D 낸드 제품을 기반으로 모바일과 기업용 SSD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5세대 3D 제품인 96단 낸드플래시 개발도 올해 완료할 계획이다. 낸드 중 72단 비중은 연말까지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3D 낸드 비중도 70% 중반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D램과 낸드 가격보다는 새로운 수요 확대에 주목했다. D램은 AI(인공지능) 서버와 엣지컴퓨팅 등 고용량 메모리를 요구하는 신규 기술 도입과 모바일 제품 내 트리플 카메라, 3D 센서 등 확산으로 메모리 탑재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는 소비자용과 기업용 SSD 제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기업용 제품이 공급 업체 수 증가와 가격 하락에 힘입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과 낸드 가격 하락은 내년 상반기에 완화될 것으로 점쳤으며, 특히 D램 가격은 내년 하반기 들어 반등할 수도 있다고 봤다. 4분기 출하량은 기존 목표치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시장 변화에 맞춰 4분기 D램 출하량은 한자리 중반대, 낸드는 30% 초반대 증가를 계획한다”라며 “애초 목표했던 D램 20% 초반대, 40% 중반대의 연간 출하량 증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영업익 전년 동기比 73.2%↑ =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1조4168억원, 6조4724억원, 4조6922억원이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9%, 73.2%, 53.6% 상승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0.1%, 16.1%, 8.4% 올랐다.
D램 출하량은 서버 수요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모바일 시장의 계절적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5% 증가했다. 평균판매가격(ASP)은 1%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모바일 고용량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SSD 비중 확대로 전 분기 대비 19% 증가했다. ASP는 10% 하락했다.
아울러 미세공정 비중 확대에 따른 원가 절감으로 전 제품군 이익률이 개선됐다. 스마트폰의 메모리 고용량화가 가속되면서 6GB D램 및 128GB 낸드 조합의 MCP(멀티칩패키지) 판매량도 늘었다. 3분기 감가상각과 무형자산상각비는 1조647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조1200억원, EBITDA 마진율은 71%를 기록했다.
영업 외 항목에선 기말 환율 하락으로 환산 손실이 발생해 약 830억원 가량의 외화 관련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순영업외비용은 370억원을 기록했다. 세전 이익 증가에 따라 법인세비용은 1조743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말 전체 현금성 자산은 전 분기 대비 1조2700억원 증가한 5조6750억원이다. 차입금은 전 분기 대비 4380억원 감소한 4조977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주주배당과 관련해선 “기존 프리캐쉬플로우(잉여현금흐름)의 30%~50% 범위 내에서 주 배당 금액을 증가하겠다는 배당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우려는 전체 이익 증가 수준의 급증과 더불어, 캐쉬가 나가는 여러 투자 지출 운전 자금의 증가, 국내 법인세 인상 등 부분이 프리캐쉬플로우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주주 배당은 계속 증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미·중 무역전쟁, 인텔 CPU 공급 부족 등 변수 영향은? = 미·중 무역전쟁, 인텔 CPU 공급 부족 등 대외 변수에 대해선 분기별 유연한 투자로 대처할 방침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수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정했다.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IT 수요 영향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최근 국경절 수요도 예전만 하지 못했고 중국 주요 스마트폰 업체의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계획도 조정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처 확산으로 일부 이슈에 국한하기 어렵다는 뜻도 덧붙였다. “고기능 카메라 3D 센서 등 부가 기능들이 중저가 급으로 확산되면서 메모리 수요는 긍정적”이라며 “전체 D램 수요에서 40% 비중에 이르는 모바일 수요는 내년에도 여전히 20% 가까운 수요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텔 CPU 공급 부족과 관련해서는 서버 CPU는 문제 없으며 PC는 로우엔드급에서 일부 영향이 있으리라 전망했다. 전반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으나 하반기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4분기 PC와 스마트폰 고객사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물량도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선 “데이터 센터 업체가 올해 투자를 집중한 데 따른 부담으로 인한 단기 조정”이라고 진단하며, 그보다는 세계적인 클라우드 전환 추세 등과 맞물려 거시적인 인터넷 데이터 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버 D램 수요 비트그로스가 올해 4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면 내년에는 보수적으로 봐도 30% 이상은 예상된다”라며 “그래서 여전히 전체 D램 수요 비트그로스는 20%를 웃돌면서 전반적으로 수요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용량 메모리가 요구되는 엣지컴퓨팅 수요에 대해선 “기존 데이터 센터의 대체재가 아닌 추가 보완재이기에 메모리 수요 측면에서는 부가적 수요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메모리 가격 하락, 내년 완화 예상 = D램과 낸드 가격은 내년 상반기에 하락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은 “D램 가격은 올해는 내내 상승세 완화 중이었다. 3분기 가격 상승률은 1%에 불과했다. 내년 1분기까지 이 추세가 연장될 것”이라며 “올해는 상저하고 패턴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내년은 정상화된 패턴을 보일 것으로 본다. 내년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 판매, 재고를 유연하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에 이르러 반등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데이터 센터 빅(Big) 플레이어들의 내년 비트그로스가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가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그 배경에는 전형적인 하반기의 각종 이벤트를 대비한 인프라 투자가 있으며, 상반기에는 단기적으로 있을 투자 및 재고 조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낸드 가격은 최근 3개 분기 동안 계속 하락하면서 현재는 2016년 상반기 수준이 됐다. 다만 고용량 수요 증가가 가격 하락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모바일 업체의 고용량 채용 확대와 더불어, PC 및 IDC 업체가 SSD 탑재 용량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일반적으로 가격 탄력성은 1개 분기 내지는 2개 분기 이후 나타나는 영향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내년 신규 제품의 용량 증가 효과를 예상한다”라고 기대했다.
연말이 되면서 낸드 재고 상황은 조금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탑재 용량 증가와 계절 수요를 기반으로 수급 자체가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 공급 과잉이 줄어 가격 하락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내년 투자 올해보다 줄 것” = 회사는 향후 시장 상황을 반영해 분기별로 유연하게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2D 낸드는 캐파(CAPA·생산능력) 감소가 빨라지면서 전체 웨이퍼 캐파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유연한 투자 전략을 택한 것은 대외적 변수에 따른 사업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내년 전체 시장의 비트그로스를 D램은 약 20%, 낸드는 약 40% 정도로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설비투자(CAPEX) 계획에 대해선 “비트 그로스, 세계 경기 불확실성, 재고 문제 해소 등을 전제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전체적으로 투자 지출 규모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투자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며 내년에는 수요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연간 계획보다는 분기별로 유연하게 대응해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 D램 전망과 전략 = 3분기 D램 시장은 IDC 향 서버 수요와 중화권 모바일 고객 향 수요가 전체 수요를 견인했으나 향후 수요는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무역 갈등과 금리 상승 등 거시 경제 변수 때문이다.
회사 측은 “주요 고객 재고는 연초에 비해 정상 수준을 회복했으며 D램 업체의 공급 확대 노력에 따라 극심했던 공급 부족도 해소되기 시작했다”라며 “이 가운데 글로벌 무역 갈등이 계속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신흥 시장 변동성 확대로 수요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수요 불확실성 확대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던 서버 D램 고객은 단기적으로 필수 수요를 충족하는 구매 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일반 서버에 비해 메모리 탑재량이 50% 이상 더 많은 AI 서버 비중이 확대되고 5G 확산에 따른 엣지컴퓨팅 수요가 등장하면서 주요 IDC 업체의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서버 D램의 탄탄한 중장기 성장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모바일 D램 시장은 하이엔드 스마트폰 판매 강도가 과거에 비해 둔화됐으나, 보수적 재고 정책으로 미뤄졌던 수요가 4분기에 현실화하고 고용량 메모리 탑재 트렌드가 계속됨에서 따라 과거보다 계절적 수요 변동성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트리플 카메라와 3D 센서 등 하이엔드 모델에만 채용되던 기능이 중저가 모델로 확산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회사는 인텔 CPU 공급 부족, 암호화폐 수요 변수에 따른 PC D램과 그래픽 D램 수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인텔 CPU 공급 부족과 관련해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수요) 업사이드도 한 요인”이라며 “서버 CPU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보고, PC CPU는 로우엔드급에서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CPU 공급 부족 영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는 있으나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론적으로 내년 당사 내에서 PC 디램 비중이 10%대에 불과하므로 당사 사업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낸드 전망 및 전략 = 낸드는 3분기 전체 매출 중 SSD 비중이 20% 중반까지 확대됐다. 특히 기업용 SSD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SSD 내 매출 비중이 20% 중반대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고객 인증이 완료된 72단과 64단 제품 양산과 함께 상반기 동안 높아졌던 공급 업체 재고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가운데 각 응용 제품별 고용량 낸드 채용 확대도 계속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SSD는 PC와 서버 향 모두 채용률이 오르고 탑재 용량도 확대되고 있다. 회사 측은 “노트북의 SSD 채용률은 올해 60% 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며, SATA(Serial Advanced Technology Attachment) 인터페이스 대비 높은 성능을 지니고 가격 경쟁률도 좋은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 솔루션으로 대체되면서 PC 향 SSD 수요 증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IDC 향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은 공급업체의 수가 증가하고 가격 하락이 계속됨에 따라 대기 수요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제품 가격 하락이 낸드 채용률 증가를 촉진할 것이란 분석이다.
72단 낸드 비중 확대와 더불어 내년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96단 개발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초 오픈한 M15 팹은 현재 장비 설치를 진행 중으로 내년 상반기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M15는 M11과 연계해 하나의 팹으로 운영된다. M11 내 2D낸드를 3D로 전환하는 데 있어 M15를 활용할 계획이다. 전환 속도는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절할 방침이다. 72단 비중 확대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개선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경쟁력 있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제품 라인업을 확보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전반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M15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 설비 입고 중이고 2분기 초까지 설비에 대한 퀄 테스트를 받을 것”이라며 “빠르면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 정도에 양산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