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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甲 수탈 없다’…SK하이닉스의 협력사 상생 노력 ‘주목’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반도체 생태계 강화의 일환으로 2차 협력사에 맞춤형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Growing Up Together’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반도체 생태계 강화의 일환으로 2차 협력사에 맞춤형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Growing Up Together’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진=SK하이닉스)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국내 한 디스플레이 대기업은 소재·장비업체로부터 원성이 자자하다. 2~3년간 협력사로 써먹으면서 기술을 빼내고 버린다는 얘기도 있다”

국내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국내 산업계에선 대기업이 장비·소재 기업 등 협력사를 ‘수탈’한다는 얘기가 많다. 고생해 제품을 개발해도 고민이 뒤따르는 이유다. 주요 대기업 납품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협력사 상생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방적인 기술 전이가 아닌 서로 상생하는 방식이다. 협력사 간 보유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건설적인 학습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선례가 되고 있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7월 SK하이닉스의 제2기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가 주요 장비 제품을 국산화하겠다는 것이 근간인데 결국 협력업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특정 제품을 우리 것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향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실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작년 SK하이닉스는 기술 잠재력이 높은 협력사를 ‘기술혁신기업’으로 선발하고 육성하는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에도 2기 기술혁신기업을 선정하며 지원 폭을 넓혔다. 실제 협력사 관계자 말대로 협력사가 개발한 제품의 최소 구매 물량을 보장해 재무 위험을 줄이고 판매처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대상 기업은 향후 2년간 SK하이닉스와 공동 기술개발을 진행하는 등 포괄적인 기술지원을 받게 된다. 아울러 전담 지원 테스크포스(TF)팀이 꾸려지고 기술 개발 자금과 컨설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작년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는 에이피티씨, 오로스테크놀로지, 엔트리움이며 올해 업체는 미코, 유비머트리얼즈, 티이엠씨다.

특히 협력사는 SK하이닉스 교육인프라를 통해 30년 내공이 쌓인 반도체 관련 전문 지식을 학습할 수 있다. ‘공유인프라 포털’을 통해 반도체 지식과 노하우가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협력사에 제공된다.

‘Growing Up Together’는 2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맞춤형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전문 컨설팅사와 함께 품질, 환경안전,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협력사 의견을 반영한다. 대상은 1차 협력사의 추천을 받은 27개 2차 협력사와 1차 협력사 중 선발된 기술혁신기업 3개사다.

아울러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솔믹스 등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 모두를 대상으로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경영 컨설팅을 시행 중이다. 2·3차 협력사 전용 600억원을 포함한 총 4300억원 규모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분석·측정 지원센터’ 플랫폼을 통해 SK하이닉스 장비를 활용한 웨이퍼 분석·측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SK하이닉스의 생산 장비, 분석 역량 등 유무형 자산을 협력사와 공유할 수 있다. 분석 결과가 향후 신제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협력사 인력난 해소를 위한 청년 희망 나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기존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을 확대한 것으로, 신입사원 직무교육을 대행해주거나 인턴 훈련비와 급여를 지원한다.

지난 7월엔 ‘반도체 상생 CEO세미나’를 열고 2차 협력사 CEO의 경영 역량 향상을 도모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직접적인 거래 관계가 아닌 2차 협력사 CEO도 초청했다. 이 세미나는 11월까지 계속된다.

협력사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전문 지식을 쌍방향으로 공유하는 ‘반도체 아카데미 2.0’도 진행 중이다. 지식공유 플랫폼 ‘반도체 아카데미’를 한 단계 발전시킨 후속 프로그램으로, 일방적인 지식 제공이 아니라 쌍방향 교육을 통해 협력사의 반도체 기술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도 각종 장비에 대한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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